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선출이 당초 일정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신임 회장 후보에 단독 응모한 김종욱 전 SBI저축은행 부회장이 자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출신 인사가 차기 회장직을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저축은행중앙회는 회장후보추천위(회추위)를 열어 단독 입후보한 김 전 부회장의 후보자 추천 안건을 부결시켰다.
회추위는 김 전 부회장이 저축은행 업계에서 일한 경력이 짧아 업계 전반을 아우르기에는 후보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회장은 행정고시 23회 출신으로 외국계 은행과 현대증권 IB본부, 외국계 사모펀드 등을 거쳐 2013년 9월부터 2년간 SBI저축은행 대표와 부회장을 지냈다.
업계에서는 20년 만에 민간 출신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상황이었다. 그동안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 1993년 한남신용금고 출신 곽후섭 회장을 제외하고 꾸준히 관으로부터의 인선이 이어져왔다. 현 최규연 회장 또한 재정경재부, 기획재정부를 거쳐 조달청장을 맡았던 관선 인사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한국씨티은행지주),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삼성생명),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LIG손해보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KB금융지주 회장) 등 각 금융협회장에 민선 인사가 계속되면서 민선 인사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김 전 부회장의 후보 등록이 무산되자 업계에서는 민간 출신 회장 탄생 가능성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의 특성상 이번에는 업계를 잘 아는 민간 출신 회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 같은 안건 부결은 또다시 관 출신 회장이 내려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공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임기는 다음달 6일까지로 마땅한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공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회는 공모 일정을 재공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