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카오와 네이버의 비애

입력 2015-11-09 10:55 수정 2015-11-0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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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산업2부 기자

삼성·LG 등 한국은 수십 년째 상위권 기업에 변함이 없다. 1980년대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로 시작해 2000년대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10년이 멀다 하고 선두기업이 바뀌는 미국과 대조된다. 이런 가운데 IT 혁신을 주도하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등장은 고무적이다.

그렇다고 촉망받는 차기 한국의 간판 기업이라고 봐줘서는 안 된다. 법을 지키는지 잘 감시해야 나라와 기업 모두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와 네이버는 법을 제대로 지키고 싶어도 분명치 않은 법 테두리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검찰은 지난 4일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현 카카오)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다음과의 합병 전 카카오 대표로 있을 당시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음란물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란다.

카카오가 서비스 내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고 있지만 완벽히 차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대표를 기소한 것은 지나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무엇보다 검찰이 위반을 지적한 법 조항에는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해 기업이 취해야 할 ‘기술적 조치’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죄형 법정주의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가 지난해 10월 대규모 사이버 망명 사태로 홍역을 치른 ‘감청논란’도, 현 IT 발전 수준과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조항 내용도 불분명한 통신비밀보호법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관련 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으로 카카오는 지난달 6일 자체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이행 방침을 공개했다.

네이버의 고민도 다르지 않다. 네이버는 카카오가 관련 방침을 내놓은 지 이틀 만인 10월 8일 법무법인 광장으로부터 통신비밀보호법 이행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카카오 같은 사태를 겪지 않기 위해 대형 법무법인의 ‘OK’ 사인이라도 받아두려는 나름의 자구책으로 읽힌다.

카카오와 네이버에 법의 테두리를 명확히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 마음껏 뛰놀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카카오에 대한 권력기관의 칼날은 ‘압박’이라는 의혹만, 포털의 정치 편향성에 대한 정치권의 지적은 ‘길들이기’라는 오해만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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