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시대의 종언…골드만삭스, 9년 만에 브릭스펀드 청산

입력 2015-11-09 16:20 수정 2015-11-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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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펀드 자산, 지난 5년간 88% 감소…신흥시장펀드와 통합

▲브릭스펀드 자산 추이. 9월 말 9800만 달러. 단위 100만 달러. 출처 블룸버그
▲브릭스펀드 자산 추이. 9월 말 9800만 달러. 단위 100만 달러. 출처 블룸버그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창안한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시대가 종말을 맞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자산운용 부문이 지난 달 브릭스 4개국에 투자하는 ‘브릭스 펀드’를 광범위한 신흥시장 펀드와 통합했다고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브릭스의 가장 열렬한 전도자였던 골드만삭스마저 이를 조용히 내려놓으면서 ‘브릭스’라는 개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일보직전이라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9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브릭스펀드를 더 광범위한 신흥시장펀드와 통합한다고 공시했다. 그동안의 초라한 투자 성과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 브릭스펀드는 지난 5년간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 21%에 그쳤다. 브릭스펀드 자산은 지난 2010년 8억420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9월 말 9800만 달러로 88% 감소했다.

이는 신흥국을 하나의 투자 테마로 묶은 전략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부각시킨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브릭스는 지난 2001년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하던 짐 오닐이 창안했다. 현재 그는 영국 재무부 차관으로 재직 중이다. 당시 오닐은 중국 등 4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주요 7개국(G7)을 웃돈 것을 보고 이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후 브릭스 이름을 딴 정상회의와 1000억 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개발은행도 설립됐다.

브릭스의 후원자 역할을 자처한 골드만삭스는 브릭스라는 용어가 탄생하고 나서 5년 만에 브릭스펀드를 개설해 9년 넘게 운영해왔다. 골드만삭스는 보유한 브릭스 각국 주식자산의 최소 80% 이상을 쏟아부을 정도로 브릭스펀드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브릭스 4개국의 증시는 변동성이 매우 심했고 경제력과 정치력 모두 기대만큼 강력해지지는 않았다고 FT는 지적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브라질의 올해 GDP 성장률은 -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국의 제재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러시아 성장률 전망치는 -3.8%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가 중국 경제지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수입이 전년 대비 약 20% 감소한 상황에서 올해 7%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중국 정부의 자신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인도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7.3%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상대적으로 견실한 모습을 유지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가 브릭스펀드의 문을 닫은 것은 ‘신세계 질서’를 구성할 것처럼 보였던 브릭스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신호라고 FT는 풀이했다.

브릭스 4개국은 지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편입해 경제적 의미를 넘어 지정학적 파워로 재해석했다. 그러나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브릭스 각국은 서로 이익이 충돌하고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명백한 차이가 있다”며 “브릭스가 자신의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의미 있는 정치적 블록으로 성장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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