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운용총괄 CIO)은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인기 비결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2003년 설정 이후 지난 5일까지 설정액이 3조원에 이르는 공룡 펀드로 당당히 성장했다. 연평균 성과를 매년 10~14% 이상 웃도는 이 펀드의 누적 성과는 575%에 달한다.
이 펀드는 수탁고가 넘는 1조 펀드, 이른바 공룡 펀드 중 가장 많은 수탁고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성과 면에서도 군계일학인 ‘모범생 펀드’다.
펀드 설정 12년이 넘도록 ‘스테디셀러’를 유지한 배경과 관련해 허 부사장은 변함없는 운용 철학과 전략을 1순위로 꼽았다. 그는 “펀드 설정 이후 지금까지 저평가된 우량 주식에 투자하자는 투자 철학을 지키고 있다”며 “통상 펀드 사이즈가 급증하면, 성과를 유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현재 주가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우량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성과 추구에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개별 종목의 양극화 장세가 두드러졌던 올해 증시에서도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연초 이후 13.49%의 성과를 기록했다.
허 부사장은 “펀드 내 편입한 화장품, 제약 등 소비재 업종과 우선주 중심 종목들이 성과에 기여했다”며 “올해는 최근 4~5년 대비 업종 내 차별이 극심한 양극화 장세였던 만큼, 적절한 분할 매수와 분할 매도 전략을 추구한 점도 성과에 긍정적으로 반영됐다”고 언급했다.
내년도 펀드 운용 전략에 대해서는 저평가된 대형주와 의결권은 없지만 보통주 대비 시가배당률이 높은 우선주, 지주회사 종목을 유망하게 지켜보고 있다.
중소형주 대비 최근 낙폭이 두드러졌던 대형주는 자산가치, 수익가치 측면에서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고, 지주회사는 배당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허 부사장은 당분간 배당주에 대한 호재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수요를 줄이는 대신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기업들의 배당을 독려하면서 기업소득환류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등이 올해부터 본격 시행돼 대기업들의 배당, 자사주 매입 랠리도 기대할 만하다는 견해다.
허 부사장은 “실제 최근 삼성그룹이 12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면서 “내년까지 다른 대기업들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대규모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며, 경제성장률(GDP) 둔화 관점에선 고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유망하다”고 관측했다.
그가 생각하는 배당은 ‘투자의 안전판’ 개념이다. 이는 배당이 높은 회사의 주가 하락률이 제한되는 데다, 하락률이 클수록 배당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허 부사장은 “우리나라 펀드 투자자들은 단기적 성향이 여전히 높고, 최근 대형 운용사들 위주로 환매 수수료를 잇달아 폐지해 자칫 ‘펀드 단타 문화’가 기승을 부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이나 펀드에서도 ‘부의 이전’이 단기 투자자에서 장기 투자자로 이전한 만큼, 신뢰할 수 있는 펀드에 오랫동안 장기 투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투자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배당투자 펀드는 장기 투자의 동반자”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