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뿌리산업’에 파견근로제 확대하는 정부

입력 2015-11-1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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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위섭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제20차 노동시장구조개선 특위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위섭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제20차 노동시장구조개선 특위 전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이른바 ‘뿌리산업’에 파견근로제를 허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뿌리산업에 해당되는 기업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실체 없는 파견 근로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0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노사정위는 현재 합법적으로 파견이 가능한 컴퓨터, 특허, 통신기술, 광학ㆍ전자장비 등 32개 업무에 더해 인력난이 심한 뿌리산업에 한해 파견을 허용하는데 합의했다. 지금까지는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으로 분류돼 파견 인력을 고용할 수 없었다.

뿌리산업은 통상 주조ㆍ금형ㆍ용접ㆍ표면처리ㆍ소성가공ㆍ열처리 등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6개 기초 공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당의 파견법 발의안을 보면 뿌리기술에 사용되는 각종 장비제조업무까지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파견 범위가 확대되는 셈이다.

또한, 6개 공정을 42개 분야로 세분화 할 수 있는데, 이는 자동차ㆍ조선ㆍ기계금속 등 제조업 주요 업종 대부분의 공정에 걸쳐 있어 뿌리산업 파견 근로 허용은 사실상 제조업 전반으로 파견을 확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실제 뿌리산업진흥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뿌리기술 전문기업 리스트는 90개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뿌리산업 전수조사(2013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뿌리기업 수는 2만6013개이며, 고용인원은 42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2만6013개 기업의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노사정위 조차 해당 기업 리스트를 가지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뿌리산업에 파견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파견제 근로가 확대되더라도 추가적인 고용보다는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실장은 “뿌리산업의 경우 10인 이하 사업장이 많고 임금 체불도 벌어지는데 고용이 늘더라도 정규직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뿌리산업 육성을 위한 다른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오 실장은 “뿌리산업 기업 수는 2만6000개로 사실상 제조업 전반에 파견을 허용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기업들이 해당되는지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가 근로감독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파견허용범위 확대와 뿌리산업 인력부족 해소 가능성’ 보고서를 내고, 뿌리산업 파견규제 완화에 따른 신규인력 수요를 분석한 결과 파견이 허용되면 평균 1만1543개, 최대 1만3236개까지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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