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때 서독을 이끌던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가 10일(현지시간)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슈미트 전 총리의 주치의인 하이너 그레텐은 “오늘 오후 함부르크에서 슈미트 전 총리가 숨을 거뒀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1974년부터 1982년까지 총리를 지낸 슈미트 총리는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정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왔다. 그는 전임자인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을 이어받아 독일 통일의 초석을 마련했으며 후임인 헬무트 콜 총리가 통일 과업을 마무리할 수 있게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권기간 슈미트 전 총리는 전 세계에 불어닥친 오일쇼크에 맞서고자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독·불 정상 협력에 나섰다. 이후 양국의 협의틀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같은 다국 정상 협력 틀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다.
정계 은퇴 후에는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주간지 디 차이트의 발행인으로서 저널리스트 겸 저술가로 활동했다. 슈미트 전 총리는 골초로도 유명했다. 지난 4월 흡연이 허용된 TV 인터뷰에서 1시간 남짓 방송시간 동안 담배 10개비를 피워 화제가 된 바 있다. 독일에서 금연법이 시행된 2008년 이후에는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운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월 수분 섭취 부족으로 탈수 증상을 보인 뒤 사저가 있는 함부르크 북부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등 고령으로 건강에 이상을 보여왔다.
이날 슈미트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들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기독민주당 의원들과 1분간 추도 시간을 가졌다.
독일 사회민주당(SPD) 출신 정치인 마르틴 슐츠는 자신의 트위터에 “매우 슬프다”며 “그는 뛰어난 총리였고 그의 죽음은 독일과 유럽에 손실”이라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위대한 유럽인이 숨졌다”며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