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소비자가 만드는 ‘팬 경제’

입력 2015-11-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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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용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

팬 경제(fan economy)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플랫폼 테크놀로지의 성장과 함께 생산자 중심 경제가 소비자 중심 경제로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팬심’이 해당 제품과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팬 경제의 핵심인 팬들에 대한 서비스와 보상을 소흘히 하고 있어 상생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팬 경제는 얼마 전까지도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유명인의 팬들이 스타와 관련된 것에 주머니를 여는 시장을 의미했다. 팬 경제는 그러나 최근 들어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 등 플랫폼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입소문을 통해 전파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팬 커뮤니티를 조성, 발전시키고 투자하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로 확대되고 있다. 해당 브랜드를 사용해 본 팬들로 하여금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 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입소문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뉴미디어 발전에 있어 소비자의 역할은 이전부터 중요한 축을 형성해 왔으나 플랫폼 테크놀로지 소비자들인 팬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팬 경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팬 클럽 등을 통해 거대한 파워집단을 형성, 자신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과 하드웨어를 채택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당 분야의 기업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인 팬들의 영향력은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에서 쉽게 목격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의 경우 팬들의 기호가 프로그램 구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등 국내 온라인 게임 회사들은 제품 출시 이후 사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 해당 게임들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발전시키고 있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Xiaomi) 역시 팬 경제를 통해 급성장했다.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인 완치앙리(Wanqiang Li)는 “샤오미 브랜드의 비밀은 고객 참여이며, 샤오미가 고객들에게 파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무엇인가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망”이라며 팬 경제의 중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소비자들이기도 한 팬들과 친구가 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브랜드화와 회사 성장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확신시킨 것이 샤오미의 급성장을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기업들 역시 일찍부터 팬 경제의 중요성을 인식, 팬들에 대한 투자와 팬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페이스북의 팬 페이지(Fan Page)가 잘 보여주듯, 팬들은 단지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으며, 그들의 친구와 가족 등을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특히 팬심 확보를 위해 ‘접근성’, ‘적절성’, ‘사회적 맥락화’ 그리고 ‘관계 형성’이라는 4대 알고리즘을 구축, 페이스북 사용자 수를 늘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막대한 광고수입과 기업가치 극대화를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팬심에 의해 좌우되는 팬 경제는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자인 팬들의 시간과 노력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소셜 미디어 팬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해당 기업들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나 정작 플랫폼 기업들은 “팬 참여는 사용자들이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라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시대에는 생산자가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20세기와 달리 소비자인 팬들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팬들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팬들에 대한 보상을 실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존재하는 플랫폼 업계의 경우 팬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팬들로 하여금 기업의 브랜드화 과정에 참여하게 하되, 적절한 보상을 실시함으로써 기업과 소비자가 ‘윈윈’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든 팬들이 소비자일 수 있으나, 모든 소비자가 팬들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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