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광군제(싱글데이, 11월 11일)’가 미국의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다음 주 월요일)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온라인쇼핑 대목으로 부상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간) ‘한 자녀 정책’에 따른 남녀 성비 불균형의 극대화와 중산층의 부상 등으로 중국에서 ‘광군제’ 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한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중국 광저우의 한 게임 프로그래머는 99대의 아이폰6를 사고 나서 광장에서 이를 하트 모양으로 늘어놓고 여자친구에게 공개 프로포즈를 했다. 그가 여기에 들인 돈은 5만 파운드(약 8750만원)가 넘었다. ‘광군제’가 어떻게 블랙프라이데이(미국 추수감사절 다음 날 금요일)와 사이버먼데이를 넘어서 세계 최대 쇼핑대목으로 떠올랐는지 알 수 있는 풍경이다.
‘광군제’를 세계 최대 쇼핑데이로 만든 중국 알리바바그룹홀딩도 이런 대성공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지난 2009년 처음 ‘광군제’ 관련 행사를 열었을 당시만 해도 알리바바는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로 이를 간주했다. 사실 행사에 참여한 상점도 27곳에 불과했고 거래액도 5000만 위안(약 90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불과 수년 만에 ‘광군제’의 위상은 180도 달라졌다. 2012년에 광군제 매출은 사이버먼데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는 하루 동안 중국 소비자들이 알리바바에서 쓴 돈이 571억 위안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약 90억 달러로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를 합친 금액(온라인 판매)의 두 배 이상이었다.
올해 중국의 경기둔화가 심화했지만 ‘광군제’ 소비 열기는 오히려 더욱 뜨겁다. 알리바바는 이날 정오 기준으로 판매가 지난해 기록인 571억 위안을 넘었다고 밝혔다. 아직 광군제는 절반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알리바바의 광군제 판매가 87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에도 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시 주석 등은 수출과 투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이고 소비 비중을 높이는 경제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