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11일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며 8개월여간 이어온 포스코 비리 수사를 일단락했다.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와 수사팀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기자들의 질문에 최 차장은 비교적 차분하게 답했지만,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관련 산업은행장을 수사하지 않은 부분과 정 전 회장을 구속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다소 석연치 않은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정 전 회장 불구속기소 이유는
-"정 전 회장의 혐의가 세 가지다. 뇌물공여 혐의 관련해서는 수수자인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을 불구속하면서 공여자인 정 전 회장에게 더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배임 혐의 관련해서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관련 기록이 방대하고 압수물이 많다. 참고인 30여 명이 인수 동기를 부인하고 진술을 맞추고 있다. 영장전담판사가 짧은 시간에 이를 다 인지하고 영장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정식 재판에 넘겨서 법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재판부를 상대로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이익의 수령자가 제3자라는 부분을 고려했다."
△N사, W사에 대해 왜 정 전 회장의 책임을 묻지 않았나.
-"티엠테크는 정 전 회장에게 보고하고 승인까지 받았다는 진술이 확보됐다. 하지만 N사과 W사의 경우 정 전 회장의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는 진술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따라서 티엠테크에 대한 책임은 정 전 회장에게 묻고, N사에 대한 책임은 전 포항제철소장에게 물었다."
△성진지오텍 인수에 대한 정 전 회장의 반론은?
-"정 전 회장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종합적인 플랜을 가지고 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수사 중 산업은행 측 참고인의 수첩에 '포스코가 잘못된 M&A로 독박을 썼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을 발견했다. 포스코 임원 중에도 '인수 직후 성진 지오텍의 영업 구조와 재무 상태를 보니 도저히 말이 안 나와서 내가 직접 정도경영실에 감사를 요청했다'고 진술한 사람도 있다."
△검찰은 포스코가 왜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다고 보는지.
-"정 전 회장과 포스코 M&A 전략기획실장이 인수 동기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두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한 이를 추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정 전 회장의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더 이상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성진지오텍 인수 당시 산업은행이 성진지오텍 지분을 갖고 있었고 자문 역할까지 했다. 산업은행장 소환해야 되는 거 아닌가?
-"산업은행 내에 M&A를 담당하는 부서와 성진지오텍 지분을 관리하는 부서가 다르다. 각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행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증거 관계상 행장을 소환 조사하기 어려웠다. 다만 미공개정보로 차익을 챙긴 송재영 전 한국산업은행 부행장은 구속기소 했다."
△산업은행 내에서는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지.
-"채권자들이 산업은행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형사처벌과는 별개의 문제다."
△정 전 회장의 수뢰액 4억6000만원의 내역은?
-"현금이 3억7000만원 정도 되고 나머지는 법인카드로 사용한 1억원 정도다. 이건 정 전 회장이 직접 받은 게 아니고 처사촌동서 유모씨가 코스틸 고문으로 재직하며 월급 명목으로 받은 돈이다. 물론 유씨는 회사에 나와서 아무것도 안 했다. 정 전 회장과 박재천(59) 코스틸 회장의 만남을 주선하는 게 아마 유씨의 가장 큰 임무였던 것 같다."
△박 회장이 돈을 전달한 혐의는 인정 안 됐다. 혹시 시효가 지났나?
-"시효가 지난 건 아니고 구속기소 후에 혐의를 포착했다. 이미 1심에서 실형 5년을 선고받은 상태여서 그런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
△정 전 회장과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변호사 비용을 포스코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리에 연루된 직원에게 회사가 변호사 비용 지불해주는 게 범죄 행위가 되는지 검토 중이다. 기소되면 변호사 비용 지불을 중단하겠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내부 규정이 없다가 최근에 신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 전 부회장은 정권 실세로부터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의 고교 동창을 포스코건설에 취직시켜줬다.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있었나?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지만 본인이 불응했기 때문에 더 이상 검찰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전정도(56) 세화엠피 회장의 횡령액은 추징이 가능한가?
-"회사의 범죄피해 재산이라 우리가 가져올 수 없다. 회사 차원에서 전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하는데 현재 회사가 회복불능 상태라 힘들 것 같다."
△이병석(63)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별도로 진행하는 이유는?
-"특별한 건 아니고 확인할 게 아직 많이 남아있다. 포스코 관련해서 지금까지 총 9개의 기획법인을 압수했다. 이중 이 전 의원과 관련된 3개의 기획법인을 처분했다. 나머지 기획법인은 배후가 누구고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입건이 제공됐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조사하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