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를 이어왔던 국내 생활자기 업계가 최근 몇 년새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올여름 업계 1위 한국도자기가 가동 중단 등으로 주춤한 데 이어, 2위 업체 행남자기는 오너 일가가 생활자기 사업을 접으면서 회사를 매각했다. 저가 중국산 제품과 유럽산 명품 사이에 끼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국내 생활자기 시장의 변화가 감지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행남자기 김유석 대표이사 외 8명은 지난 11일 회사 지분 36.89%(229만8651주) 중 36.78%(229만1756주)를 더미디어외 1인에게 매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8730원으로, 총 매각금액은 200억원이다.
김 대표는 행남자기 창업주인 고 김창훈 회장의 증손자이며, 4세 경영인이다. 이번 매각 계약으로 73년 역사의 행남자기는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됐다. 새 주인이 된 더미디어는 2000년 설립된 인터넷방송서비스업체로, 전혀 다른 업종의 행남자기를 인수해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행남자기 매각은 전반적인 국내 생활자기업계의 상황과도 맞물린다. 최근 몇 년새 외산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가속하면서 토종 업체들의 경영도 점차 악화시키고 있고, 이는 실적으로도 있다. 실제 행남자기는 2012년 매출 461억원에서 2013년 439억원, 지난해 424억원으로 실적이 하향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1위 업체인 한국도자기도 지난 7월 72년 만에 청주공장을 약 한 달간 가동 중단시킨 바 있다. 여름 휴가철과 정기보수 기간이 겹쳐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는 것이 공식 이유였지만, 장기 불황이었던 업계 상황도 한몫을 했다. 한국도자기의 매출도 2010년 517억원에서 지난해 384억원까지 감소했고, 2년 연속 영업손실도 기록하고 있다.
생활자기 업계 관계자는 “영국ㆍ스위스 등 유럽산 도자기 브랜드는 화려한 디자인과 색감, 명품 이미지를 내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중국에선 저가 제품으로 서민 시장을 노리고 있어 토종 업체들의 부진이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며 “업계 1, 2위 업체들이 모두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업체들도 이제 변화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알고 행동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