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남자기 매각]4대 만에 경영권 넘긴 행남자기… 매각 계약이 가진 의미는?

입력 2015-11-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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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행남자기 창업 당시 공장 모습.(사진=행남자기 홈페이지)
▲1942년 행남자기 창업 당시 공장 모습.(사진=행남자기 홈페이지)

4대에 걸쳐 국내 생활자기시장을 이끌어왔던 행남자기의 주인이 바뀌었다. 1942년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행남자기는 국내 최초의 도자기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사 매각도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12일 행남자기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41년 창업주 고(故) 행원 김창훈 명예회장과 아들인 고 김준형 2대 회장이 일본에서 고급 도자기를 접하면서 태동됐다. 당시 김창훈 창업주와 김준형 회장은 일본의 고급 도자기를 보며 '원래 도자기 원조기술이 한국에서 전수된 것인데'라며 애석해 했다. 이에 김준형 회장은 일제가 식기마저 공출해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손으로 식기를 만들자는 생각에 행남사를 창업했다.

김준형 2대 회장은 즉시 일본으로 건너가 타당성 조사는 물론, 현지에서 도자기 생산 기초기술까지 습득했다. 당시 30여명의 직원으로 시작했던 행남사는 1942년 5월 자기류를 생산하는 데 성공하며 본격적인 생활자기시장에 발을 들였다. 1953년엔 커피잔세트를 국내 최초로 개발ㆍ생산했고, 1957년엔 본차이나 제조기술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1963년엔 국내 최초로 홍콩에 도자기를 수출하는 등 국내외에서 맹위를 떨쳤다.

이후 행남사는 행남자기로 사명이 바뀌면서 1000여명이 넘는 회사로 발전했다. 창업 당시 대부분 일본 자본을 근간으로 회사를 설립했던 것이 일반적이었던 상황에서 행남자기는 순수한 국내 자본으로 근대 도자기 공장을 설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행남자기 매각은 경영권이 창업 당시 경영철학을 이어온 오너 일가에서 타집단으로 넘어가는 만큼, 국내 생활자기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 이상 근대 생활자기시장을 이끌어오던 토종기업들이 제대로 설 수 있는 시장은 끝났다는 분위기다. 저가 중국산 제품들과 프리미엄 유럽 명품 제품들의 공세 속에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생활자기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맏형격에 속했던 행남자기가 70여년을 이어왔던 회사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은 그만큼 국내 시장은 승산이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며 "뿌리 깊은 역사가 있는 행남자기가 피인수된 이후에도 토종 자기업체라는 성격을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한편, 행남자기 김유석 대표 외 8명은 지난 11일 회사 지분 36.89%(229만8651주) 중 36.78%(229만1756주)를 주식회사 더미디어 외 1인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행남자기를 설립한 고 김창훈 창업주의 증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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