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주민등록번호 제도 바꿔야" vs "사회적 합의 안 이뤄졌다"

입력 2015-11-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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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주민등록번호 변경 규정이 없는 현행 주민등록법의 위헌 여부를 두고 정부와 주민등록번호 유출 피해자가 공방을 펼쳤다.

헌재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주민등록법 제7호 3항 등 헌법소원'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변론의 첫 번째 쟁점은 헌법소원 청구의 적법성이었다. 이에 대해 청구인 측은 "주민등록법이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은 법을 불완전하고 불충분하게 만든 입법부작위이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해관계자인 행정자치부 측은 "헌법소원은 기본적으로 법률의 위헌성을 다뤄야 하는데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절차를 정하는 것은 입법정책으로 결정할 문제지 위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행자부 측은 이어 "적법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말하겠다"며 변론의 두 번째 쟁점인 주민등록번호 변경 문제를 꺼냈다. 행자부 측은 "주민등록번호 유출만으로 번호 변경을 허용한다면 빈번한 번호변경으로 개인식별번호의 표준적·동일적 성질이 약화해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 부분에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청구인 측은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만 마련할 뿐 정작 이미 유출된 피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며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대한 규정을 만들지 않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청구인 측은 더 나아가 "주민등록번호는 그 자체만으로 소지자의 나이와 생일, 성별, 지역 등을 알 수 있는 만능열쇠"라며 "변경을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정보가 연계되지 않은 무작위의 임의번호를 부여하며 점진적으로 현행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지난해 12월 31일 발의된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로 다뤄졌다. 행정자치부가 발의한 이 개정안은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중대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인정되는 경우 변경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청구인 측은 요건의 엄격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청구인 측은 "'중대한'이라는 전제 조건은 규모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취지"라며 "'중대한'이라는 단어를 빼고 규정을 완화해서 신청하는 피해자들 대부분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이경호 교수 역시 "특히 '재산에 대한 중대한 피해'라고 규정한 것은 돈 많은 사람만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다는 취지로 들린다"며 소액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관계자 없이 대리인만 참석한 행자부 측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개정안의 실효성을 꼬집는 재판부의 날카로운 질문에 정부법무공단 서규영 변호사(54·연수원 18기)는 "잘 모르겠다", "들은 바가 없다"는 답을 반복하며 마치 청문회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기본적인 사항도 조사하지 않고 법안을 발의했느냐"는 재판부의 질타에 서 변호사는 "제가 말할 수 없다"며 "다만 행자부가 주민등록번호 체계에 대해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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