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CP매입, 박삼구 회장 지시 있었나 …금호家 형제 공방

입력 2015-11-12 19:53 수정 2016-06-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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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왼쪽) 회장과 박찬구 회장
▲박삼구(왼쪽) 회장과 박찬구 회장
부실 기업어음(CP) 매입으로 인해 발생한 160억원대 손실 책임 소송을 진행 중인 금호가(家) 형제가 박삼구 회장의 개입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오영준 부장판사)는 12일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 그룹이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과 기옥 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3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금호석화의 자금 집행과 조달을 총괄하는 고모 상무는 박찬구 회장 측 증인으로 출석해 "박삼구 회장 지시로 부실계열사 기업어음(CP)을 매입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금호석화의 자금 사정이 열악했는데도 '그룹 전체가 다 잘되는 일'이라고 독려한 탓에 잘못된 집행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CP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고 상무는 이사회 결의나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해 100억원 미만으로 CP를 매입했다고 증언했다. 또 계열사 CP거래는 회계상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처리하는 게 맞지만, 당시 계열사였던 금호종금에 예금처리한 것으로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고 상무는 "금호석화 자금팀이 2009년 3월~5월 박찬구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초기 업무를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찬구 회장의 계열사 지원 불가 입장은 회사 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문제가 된 대우건설 인수 역시 박찬구 회장은 반대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삼구 회장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무혐의 결정을 언급하며 고 상무를 압박했다. 공정위는 지난 4일 금호석화의 CP매입에 대해 "회사 부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판단했다.

박삼구 회장 측은 또 "100억 이상 CP 매입 사안에 대해 자금팀 내 전결로 해결해야하는지 박삼구 회장과 기옥 대표의 결재가 필요한지에 대한 회사내부 근거 규정도 없으며, 계열사 CP매입이 투자 불가능한 대상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금호석화는 지난 6월 "박삼구 회장 때문에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2009년 초 박찬구 회장이 계열사 지원 반대 입장을 밝히자 동생을 해임한 뒤 적극적으로 금호산업의 CP를 매입했다는 취지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2009년 12월 30일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금호석화는 이들 회사의 워크아웃 신청 당일과 다음날 계열사CP를 사들여 거래대금 165억을 회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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