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시내 면세점 3곳과 부산 면세점 1곳의 운영자 선정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롯데ㆍSKㆍ신세계ㆍ두산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롯데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거나 업계 2위인 신라에 1위를 내줄수 있다. SK는 20여년간 이어온 면세점 사업에서 아예 철수하는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신세계는 또다시 서울 시내면세점 입성에 실패하면서 좌절할 수 있으며, 두산은 면세점 사업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다.
13일 관세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워커힐(SK네트웍스) 면세점(11월 16일)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 22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12월 31일) △신세계 부산 면세점(12월 15일)의 새로운 주인이 14일 정해진다. 업계에서는 롯데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의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적중하면, 면세점 업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롯데-신라, 면세점 업계 1ㆍ2위 바뀌나= 이번 특허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롯데의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이다. 2곳 중 1곳이라도 운영권 획득에 실패할 경우 신라에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글로벌 매출 4조원을 돌파했으며 전체 유통업계 매출로도 1위다. 지난 7월 매출액 기준 롯데의 점유율은 50.1%로 2위 기업 신라(29.5%)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소공점은 지난해 매출이 1조9763억원으로 서울시내 6개 면세점의 총 매출액의 절반에 가까운 45.4%를 차지한다.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4820억원. 지난해 매출 규모가 올해 100% 동일하게 이관된다는 전제로 롯데가 월드타워점 특허를 상실할 경우, 총 매출액은 2조원대 초반으로 하락하게 된다.
반면, 신라의 경우 연말 오픈하는 용산 소재의 대형 면세점(HDC신라면세점) 매출이 더해져 업계에서 1위로 올라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신라면세점은 2016년 HDC신라면세점에서 1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5년 후인 2020년에는 첫해의 두배 규모인 1조9000억원으로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신라면세점의 지난해 국내사업 매출은 2조5001억원이다. 기존점 매출과 신규 매출을 더하면 내년 호텔신라의 국내 면세사업 매출은 4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수성에 실패하면, 글로벌 면세점 도약 비전도 발목이 잡히게 된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세계 톱3인 롯데면세점을 오는 2020년까지 세계1위로 도약시켜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SK 면세점 사업 철수ㆍ신세계 시내 입성ㆍ두산 면세점 진출 ‘주목’= 롯데 다음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곳은 SK네크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이다. 워커힐면세점은 23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인천공항과 서울의 대형 면세점들과의 경쟁에 밀려 매출이 저조하다. 서울 6곳 가운데 꼴찌다.
만약, 워커힐 면세점 재입찰에서 두산 또는 신세계가 새 사업자로 선정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면세점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 SK는 총 1000억원을 들여 워커힐면세점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의 면세점 사업 철수 가능성과 함께 신세계의 서울 시내면세점 입성과 두산의 면세점 사업 첫 진출이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신규 특허전에서 고배를 마신 신세계는 심기일전해 재도전에 나선다. 신세계는 30여년간 서울 면세점 입성을 꿈꿔왔다. 만약 이번에 서울 시내 면세점에 입성하게 되면, 롯데-신라가 독과점해온 국내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두산의 면세점 사업에 첫발을 내딜 가능성이 크다. 두산은 OB맥주, 한국네슬레, 한국코닥, 3M 등 소비재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1990년대 들어 실적이 부진한 이들 계열사를 모두 매각하면서 유통업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두산이 승자가 된다면 유통업의 복귀와 더불어 서울지역에선 동대문 면세점 시대가 처음 열리게 된다. 현재 면세점 서울 소재지를 보면, 명동(롯데 소공점)·잠실(롯데 월드타워점)·삼성동(롯데 코엑스점)·장충동(신라면세점)·종로(동화면세점), 용산(신규 HDC신라면세점)·여의도(한화갤러리아면세점)로 동대문은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12월 문을 여는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여의도), 내년 1~2월께 오픈 예정인 SM면세점(인사동) 등의 합류를 고려하면 업계 지형은 더욱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입찰에 참여한 후보 기업들은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13~14일 1박2일간 합숙을 하며 심사를 받게 된다. 평가위원들은 13일 제출된 자료를 검토한 뒤 14일 기업들의 프레젠테이션 평가를 거쳐 최종 심사를 할 예정이다. 심사결과는 14일 저녁 7~8시에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