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1월 15일 採薪之憂(채신지우) 나무를 할 수 없을 만큼 병이 들다

입력 2015-11-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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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하루 한 생각] 11월 15일 採薪之憂(채신지우)

나무를 할 수 없을 만큼 병이 들다

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동양에서는 병에 걸리는 것을 심신의 조화가 깨진 것, 즉 위화(違和)라고 했다. 남의 병을 조심스럽게 물을 때 귀체위화(貴體違和)시냐고 했다. ‘남사(南史)’ 효의(孝義) 유풍전(劉渢傳)에 “공은 병에 걸려 세상을 떴다”[公去歲違和]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남의 정중한 문병에 대해 겸손하게 하는 대답이 채신지우(採薪之憂), 병이 나서 땔감을 구하러 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맹자’ 공손추 하에 나온다. 맹자가 제선왕을 만나려 했는데 왕이 감기가 들었으니 다음 날 조회에 와 달라고 하자 자신도 병이 나서 갈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튿날 맹자가 동곽씨(東郭氏)를 조문하러 가려 하자 제자 공손추가 “어제는 병을 이유로 왕의 청을 거절하시더니 오늘은 왜 조문을 가시느냐?"고 물었다. 맹자는 "어제는 앓았지만 오늘은 나았으니 어찌 가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그런데 왕이 사람을 시켜 맹자를 문병하고 의원까지 딸려 보내자 집에 있던 맹자의 종제 맹중자(孟仲子)가 “어제는 왕명이 있었으나 나무를 할 수 없는 우환이 생겨 조회에 나가지 못했습니다.”[昔者有王命 有采薪之憂 不能造朝]라고 변명했다. 그리고는 사람을 시켜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맹자에게 집으로 오지 말고 왕을 찾아가도록 했다.

이 채신지우가 자신의 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됐다. 우점미양(偶沾微恙)도 같다. 북방에 양양이라는 짐승이 있었는데 황제(黃帝)가 죽여 없애자 사람들의 근심과 병이 없어져 무양(無恙)이라고 했다고 한다. 설사병이 났을 때는 하어지환(河魚之患)이라 한다. 물고기가 상해서 배탈이 났다는 뜻이다.

‘유학경림(幼學瓊林)’에는 이런 말이 있다. “오직 지혜로운 사람만이 능히 조절할 수 있고, 달인만이 자기 몸을 옥처럼 귀하게 여길 줄 안다.”[惟智者能調 達人自玉] 위화의 반대는 능조인 셈이다. fused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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