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s를 사용한 지 3주가 되어간다. 세상 모든 일은 처음이 가장 즐겁다. 예쁜 여자도 낯설 때가 제일 예쁘고, 최신 기기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제일 신기한 법이다. 아름다운 로즈 골드 피니시도 3D 터치와 라이브 포토에 대한 감동도 시들해져가는 참이다. 새로운 기능이라고 하루 종일 주무르던 때는 지났고, 이제 내 사용 습관에 맞게 정착해가고 있다. 오늘은 먼저 3D 터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고 물었지
3D 터치에 대한 개념부터 슬쩍 눌러보고 지나가자. 자, 여기에 아이폰6가 있다. 당신이 만약 ‘페이스북’ 앱을 실행하려 한다면 손끝으로 아이콘을 터치해야 한다. 꾸욱 힘을 주어 누르든,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살짝 터치하든 상관없다. 당신의 피부와 화면이 스치기만 하면 페이스북 화면이 떠오를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오랫동안 겪어온 2차원 터치의 경험이다.
아이폰6s의 3D 터치는 다르다. 당신이 새초롬한 손짓으로 가볍게 터치한 것과 힘을 주어 꾸욱 누른 것, 그리고 조금 더 세게 누른 것을 구분해낸다. 누르는 힘의 세기를 인지한다는 뜻이다. 기기와 사람 사이에서 이토록 감각적인 반응이 가능한 것은 센서가 아주 민감하기 때문이다.
아이폰6s의 디스플레이 백라이트에 통합된 정전식 터치 센서들은 우리가 화면을 터치할 때마다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한다. 일정 압력으로 화면을 누르면 커버 글래스와 백라이트 사이의 거리는 아주 미세하게 가까워진다. 이 거리를 통해 얼마나 세게 눌렀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말이 쉽지 이토록 얇은 화면과 센서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한 작업이다. 터치 센서와 가속도계의 신호가 합쳐져 3단계로 이루어지는 압력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며, 지속적인 반응을 제공해야 하니까.
그리고 이런 반응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건 바로 잠금 화면의 라이브 포토 이미지다. 꾸욱 누르면 물고기의 아름다운 지느러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세게 누르면 지느러미가 움직이는 속도도 빨라진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난 지금 네 손끝에 얼마만큼의 힘이 들어갔는지 바로 알 수 있어!!”
이것은 일종의 과시다. 누가 뭐래도 3D 터치에서는 애플의 과시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함께 만들기 때문에 이렇게 미세한 사용자 경험까지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만만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숙제
이미 수많은 리뷰와 사용기를 통해 알고 있겠지만, 3D 터치의 핵심 기능은 퀵액션과 픽앤팝이다. 더 쉬운 퀵액션부터 차근차근 얘기해보자. 어려운 것 없다. 퀵액션은 해당 기능에 대한 숏컷을 제공한다. 전화 아이콘을 ‘꾹’ 누르면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이 바로 표시되고, 메일 아이콘을 ‘꾹’ 누르면 새로운 메일 쓰기나 검색 등 주요 기능에 바로 접근할 수 있다. 하다못해 셀카를 찍을 때도 카메라 앱을 열어 전면 카메라로 전환할 필요 없이, 퀵액션을 통해 셀카 모드를 불러낼 수 있다. 손끝으로 꾸욱 누른 상태에서 마우스 드래그하듯 해당 기능에 대고 손가락을 떼기만 하면 되니, 상당히 직관적이고 잘 만든 UI다.
퀵액션을 지원하는 앱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지금 내 아이폰6s를 열고 정성껏 앱 아이콘을 하나하나 눌러보니, 지난주보다 지원 앱이 또 늘었다. 카카오스토리나 모바일 메신저 라인, 트립어드바이저, 어라운드미, 플립보드, 다음 등 다양한 앱이 퀵액션에 반응한다.
문제는 생각처럼 손에 잘 익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너무나 오래된 습관과 싸워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매일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은 몹시 한정적이다. 전화 앱을 터치하고 통화 목록에서 전화걸 상대를 찾는 것보다, 전화 앱을 꾹 터치하고 퀵액션 창에 뜨는 이름에 대고 슬그머니 손가락을 떼는 것이 훨씬 쉽고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퀵액션’을 인지하기 전에 나는 이미 전화 앱을 터치하고 만다. 성격이 급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자꾸만 오래된 습관이 앱 아이콘을 가볍게 터치해버린다. 내 홈화면에 가득한 앱들이 모두 퀵액션을 지원하게 될 때쯤엔 이 습관이 고쳐져 있을까.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은 아이폰6s를 쓰면서는 퀵액션에 길이 들지 않았다고 투덜대다가도, 친구의 아이폰6를 사용할 일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앱 아이콘을 지긋이 힘주어 누르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과도기란 얘기다. 우린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움직이고 싶지 않아, 날 내버려 둬
이번에는 픽앤팝에 대해 얘기해보자. 이건 퀵액션보다 조금 더 고도화된 3D 터치 기능이다. 워낙 여기저기서 설명해서 이미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 그래도 누군가는 헷갈릴 테니 한번 더 정리하겠다(헷갈리는 주원인은 픽앤팝이라는 와닿지 않는 이름 때문이다).
메시지 창에서 친구가 보낸 링크를 ‘꾸욱’ 눌러보자. 너무 세게 누를 필요 없이 약간의 압력을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해당 링크의 내용이 팝업창으로 살짝 뜬다. 이게 ‘픽(Peek)’이다. 엿보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링크 내용을 더 자세히 확인하고 싶다면 조금 더 세게 힘을 줘 화면을 누르면 된다. 그럼 링크 속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건 ‘팝(Pop)’이다. ‘픽’을 했을 때는 링크 내용을 슬쩍 보더라도 메시지 창에 머무르는 상태지만, ‘팝’을 했을 때의 내 위치는 해당 링크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우린 이 과정을 손끝에 들어가는 물리적인 힘의 차이와 탭틱 엔진의 미묘한 떨림으로 구분해낼 수 있다.
아이폰6s를 사놓고도 3D 터치를 어디다 써야 할지 몰라 방치(?)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본인이 필요를 못 느낀다면 굳이 시도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그러는 거라면 일단 한번 링크나 사진을 쿡쿡 찔러보자. 그냥 아무거나. 네이버 첫화면에 들어가 별 내용 없어 보이는 연예인 열애설을 눌러봐도 좋고, 주말날씨를 살펴봐도 좋다. 다만 손에 적당히 힘을 주면서 눌러야 한다. 아이폰6s가 가볍게 꿈틀거리며 제 몸을 떨 때까지. 그리고 팝업창에 뜬 정보를 대충 훑어보고 별 내용 없어 보일 땐 바로 빠져나오면 그만이다.
사실 이 기능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하등 쓸모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냥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가 화면을 스와이프해서 뒤로 가기 한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니까. 터치 한두번 절약하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런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픽앤팝의 주 목적은 쏟아지는 정보와 수많은 링크, 기사, 사진으로부터 내 생각의 맥락을 지키자는 것이다. 단순히 터치 조작 몇 번을 줄이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현재 위치에서 링크 내용을 슬쩍 엿볼 수 있는 창문을 만듦으로써 정보의 공해 속에서 피로도를 낮추자는 것이다. 다들 경험이 있지 않은가. 아무 생각 없이 A연예인 열애설 기사를 클릭했다가, A연예인의 공항 패션으로 넘어가고, B연예인과 A연예인의 과거 예능 프로그램 출연 기사를 보고, A연예인의 졸업사진을 보게 되는 악순환을.
픽앤팝의 꿀렁꿀렁한 떨림에 중독된 나는 하루 빨리 페이스북 앱이 3D 터치를 지원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솔직히 요즘은 페이스북 타임라인이 뉴스 타임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갖 매체의 흥미로운 기사와 낚시성 기사 링크가 페이스북에 넘쳐난다. 여기서 픽앤팝이 가능해진다면, 나는 살짝 터치해 링크를 눌러보고 별 시답잖은 낚시성 기사는 리드문만 보고 빠져나올 수 있겠지. 자극적인 제목과 속옷이 보일 듯 말듯한 아이돌의 썸네일 이미지로 나를 낚아대는 기사 때문에 맥락 없이 헤매는 일은 지긋지긋하니까(아예 안 보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된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시간
3D 터치 자체는 새로운 기능이 아니다. 이건 새로운 입력방식이고 사용자 경험이다. 과거에 멀티터치를 이용해 수많은 앱이 나왔듯이 이제 3D 터치라는 낯선 입력방식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쓰일지 기다릴 차례다.
3D 터치는 단순히 누르는 힘만을 감지하던 ‘포스터치’와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누르는 위치는 물론 깊이, 방향, 속도까지 감지하기 때문. 쉽게 얘기하자면 이런 것이다. 맨날 키보드의 W, A. S. D 키로 게임을 하다가 조이패드를 득템하게 된 것이다. 훨씬 더 감각적인 조작이 가능해졌으니, 제일 먼저 게임 앱이 기대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게임 몹시 못함 주의]
슬슬 3D 터치 지원 앱이 늘어가고 있는데 나는 ‘BADLAND’라는 게임을 구입해 보았다. 단순한 게임이다. 정체불명의 까만 생물체가 말도 안 되게 위험한 장애물을 넘어 무작정 앞으로 전진하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 통통 튀어 오르고 달리고, 굴러서 죽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목표인 단순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3D 터치에 대응해 압력에 따른 조작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아주 쉽다. 화면 어디를 터치해도 플레이할 수 있는데. 화면을 세게 누르면 더 강하고 높게 튀어 오르고, 더 빠르게 반응한다. 화면을 가볍게 터치하면 더 낮게 튀어 오른다. 어린아이라도 금방 적응할 수 있는 단순한 조작이다. 덕분에 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가만히 대고 움직이지 않은 채 플레이할 수 있다. 실제로는 손가락 끝에 들어가는 힘이 달라지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오토플레이를 시전한 것 같은 신비로움이… 3D 터치를 가장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이니 한번 해보시길. 간단하지만 아주 재밌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가파르게 올라간다.
이번엔 교육용 알파벳 게임 앱이다. Cake, Funny 등 단순한 단어를 통해 알파벳을 익히는 어린이용 영어 게임. 영상을 보면 ‘Funny’라는 단어 조각을 터치했을 때 효과음과 이펙트가 나온다. 이때 누르는 힘을 더 세게 하면 효과음과 이펙트가 더 커진다. 감각적인 자극에 민감한 아이들에게는 아주 재밌는 효과이리라. 단어를 살짝 눌렀다, 세게 눌렀다를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발음과 모양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직관적으로 3D 터치를 받아들인 예를 살펴보았다. 즐겁고 경쾌한 변화다. 이 좋은 식재료로 어떤 요리가 나올지 기대감이 커져간다.
마지막 팁
3D 터치의 즐거움을 전도하기 위해 긴 글을 쓴 것 같다. 혹시 아직도 궁금한 게 있다면, 질문을 해주셔도 좋겠다. 나는 나 말고 다른 아이폰6s 사용자들의 궁금증이나 사용 소감이 궁금하다. 내 옆자리의 에디터Y도 아이폰6s를 새로 구입했다. 3D 터치를 사용해 봤냐고 물으니, 화면을 뭉개버릴 기세로 눌러댄다. 그렇게 세게 누를 필요 없는데… 어느 정도로 눌러야 화면이 반응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계속 필요 이상으로 세게 누르니 손가락이 피로하다는 얘기였다. 아이폰의 설정 메뉴에서 손쉬운 사용에 들어가면 3D 터치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나는 일부러 ‘살짝’으로 설정을 바꿨다. 이렇게 하면 조금만 가볍게 힘을 줘도 픽앤팝을 사용할 수 있다. 취향이니 테스트해보고 고르면 된다. 손가락이 아파 죽겠다는 연약한 Y의 3D 터치 설정은 살짝으로 바꿔줘야겠다.
또, 3D 터치 조작을 다른 기능에 사용하고 싶다면 설정 앱의 ‘Assistive Touch’ 메뉴로 들어가 3D 터치 동작을 활성화하자. 음량 높낮이나 시리 활성화는 물론이고 화면 잠금이나 스크린샷도 가능하다. 나는 3D 터치로 스크린샷이 가능하도록 설정을 바꿔보았다. 화면 속의 흰 버튼을 강하게 한번 눌러주면 바로 화면을 캡처할 수 있더라. 개인적으로 캡처를 워낙 자주하는 편이라 활용도가 높다. 바로 잠금 화면으로 돌입하게 설정해도 편리하다. 이건 정말 꿀팁이라 여러분만 알려드리는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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