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카페쇼, 커피 마시러 왔습니다

입력 2015-11-1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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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 오는 금요일, 2015 서울 카페쇼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지금 무슨 정신으로 기사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시식 인심 후하기로 유명한 카페쇼에서 건네주는 커피를 빈속에 받아 마셨더니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네요.

11월 12일(목)부터 15일(일)까지 4일간 열리는 2015 서울 카페쇼는 코엑스의 모든 전시장을 다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다 돌아다니려면 발 바닥에 불이 나죠.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다양한 나라의 커피와 차 그리고 디저트가 꽉꽉 들어차 있지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커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즐길 수 있는 전시랍니다. 그렇다면 카페인 파워 업! 지금부터 실컷 먹고 마신 카페쇼 체험기를 시작합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이태리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일렉트라(Elektra) 커피 머신입니다. 특히 뚜껑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독수리 장식은 롤스로이스 환희의 여신상을 보는 듯 멋스럽네요.

네스카페는 이번에 좀 더 저렴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선보였습니다. 캡슐형이 아니에요. 분말이 들어있는 커피통을 바로 기계에 부은 다음 에스프레소처럼 커피를 내려 마시는 방법이죠. 이렇게 되면 한 잔 300원에 커피를 즐길 수 있다고 하니, 이건 뭐 거의 자판기 가격 수준 아닌가요? 게다가 라떼나 카푸치노를 마시기 위해 별도의 에어로치노도 필요 없어요. 맛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전시장 끝에서는 스위스에서 온 하이엔드 전자동 커피머신 유라(Jula)와 독일에서 온 브레빌(Breville)이 재미있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네요. ‘달콤살벌한 애정촌 탐방기’에요. 일단 옆에 있는 편집장님의 소매를 붙들고 이벤트에 참여해봅니다.

첫 번째 코스는 4잔의 에스프레소 중에서 다른 원두를 사용한 한 잔을 찾는 블라인드 테스트예요. 커피의 맛을 감별하는 ‘커핑(Cupping)’이라고 하죠. 유라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바로바로 추출 하고 맛 봅니다. 이십초만에 탐스러운 크레마의 에스프레소가 나오네요. 머신이 좋아서인지 원두 고유의 향과 맛이 잘 살아 있어서 미맹만 아니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답니다.

다음은 브리엘의 블랜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네요. 이번에 브리엘에서 새롭게 선보인 BBL910은 스무디, 샤벳, 스프 뿐만 아니라 밀가루 반죽도 가능하다고 해요.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은 블렌더로 손에 달라붙지 않는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것! 비결은 시작할 때 물을 아주 조금만 넣었다가, 위에 뚜껑을 열어 조금씩 물을 부으면서 농도를 조절하는 거에요. 4초씩 짧게 끊어 블렌더를 돌려주면 쉽게 반죽이 되는데 계기판에 시간이 표시되어 더 편리했답니다.

다음은 이탈리아에서 온 무세띠(Musetti) 부스를 들러봅니다. 요즘은 다양한 곳에서 네스프레소 호환캡슐을 출시하고 있어요. 네스프레소 캡슐 머신만 있다면 다양한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단 말이죠. 여기 핫초콜릿의 맛이 끝내줘요. 초코 시럽처럼 녹진하면서도 많이 달지 않은 고급스러운 맛이 나요.

포듐커피는 무균실에서 제조 생산해 최고의 신선도와 향균 상태를 유지하는 커피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약병처럼 보이는 작은 유리병이 담겨있는 나무 케이스인데, 커피를 다 마시고 남은 빈 케이스는 스마트폰 스피커로 사용할 수 있답니다. 그 귀하다는 루왁 커피는 가격이 정말 사악하네요.

이번 카페쇼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부스는 다름 아닌 발뮤다였답니다. 근처만 가도 알 수 있어요. 전방 10m 부터 빵 굽는 냄새가 솔솔 나거든요.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발뮤다의 토스터는 죽은 빵도 되살린다는 소문이 있던데 정말인지 제 눈과 혀로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실제로 먹어보니 기대 이상입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니 빵 자체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죠.

아직 블랙과 화이트만 출시되었는데, 뒤에서 몰래(?) 그레이 컬러의 제품도 만나볼 수 있었답니다. 아, 정말 예쁘네요.

이번 카페쇼에 스메그도 참여했습니다. 냉장고는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예쁜 토스트와 전기 포트를 내놓다니… 이거 좀 위험하네요. 파스텔 톤의 반죽기계는 제빵에 전혀 관심 없는 저도 탐나네요. 주방에 이거 하나만 있으면 ‘나 빵 좀 굽는 여자야’를 썸남에게 어필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쩝. 게다가 피아트의 보닛를 뚝 잘라다가 홈바형 냉장고를 만든 저 센스를 보세요. 살 순 없어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져요.

여러분! 드디어 저의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봐야 하나 봐요. 사람은 왜 맛있는 것(특히 단 것)을 먹으면 살이 찌는지, 살찔 걱정 없이 마음껏 맛있는 것을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은 자주 했는데 일본의 이즈모리 교수가 제 소원을 이루어줬어요. 야호! 자연계에 극소량 존재하는 0kcal 당인, 희소당(D-Allulose)은 몸에 흡수되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살찔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답니다.

자연계에 너무 극소량 존재해서 ‘희소당’이라고 불린답니다. 시식을 해보니 설탕 없이 만들어졌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달콤합니다. 너무 달콤해서 도저히 한 번의 시식으로는 멈출 수가 없을 정도로요.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인지 희소당의 줄은 줄어들 기미가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커피의 단짝은 달다구리 스위츠 아니겠어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예쁜 초콜릿도 있습니다. 강아지의 털을 한올한올 살린 저 초콜릿을 보세요. 신기해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뒤에서 직원이 ‘먹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주네요. 하지만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먹는단 말인가요…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도 보입니다. 특히나 여러 가지 잎이나 과일을 섞어 맛을 낸 ‘블렌딩티’가 많이 보이더군요. 그중에서도 제 눈을 사로잡은 건 야생화를 줄기까지 말려 그대로 즐기는 르베네피크(lebenefique)입니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향과 꽃의 줄기라니 이걸 마시면 굉장히 특별한 맛이 날 것 같아요.

얼마 전 영화관에서 발견했던 원글라스 부스도 보입니다. 가벼운 종이 안에 와인이 들어있는데 가볍게 마시기 딱 좋은 100mL 용량, 와인이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레드, 화이트부터 한국인의 취향을 고려한 모스카토부터 샹그리아까지. 다양한 맛까지 영화를 보거나 캠핑 때 꼭 챙겨야할 필수 아이템이죠. 

자 저의 카페쇼 관람기는 여기까지, 카페인 과다 섭취로 요양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럼 우리 월요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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