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의 소곤소곤] 국민연금 CIO를 꺼리는 이유

입력 2015-11-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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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기금운용 이사는 물론 탐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제가 소위 빽도 없고 정치적 뒷배도 없는데 공모한다 해도 들러리로 비칠 것 같아 이번엔 지원하지 않겠습니다.”

500조원의 기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이사(CIO) 공개모집을 앞두고 유력 하마평에 오른 금융투자 업계 고위인사인 A씨와 나눈 대화 일부다.

A씨는 오랜 기간 바이사이드에서 운용 경험을 다져온 데다, 주력 연기금 기금운용 이사(CIO)까지 지낸 인물로 이번 국민연금 신임 CIO 하마평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다.

유명 펀드매니저이자 전직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B씨도 비슷한 이유로 이번 기금운용 이사 공모에 응모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 노후자금 500조원을 굴리는 기금운용 이사 하마평에 오른 이들이 하나같이 이번 공모전을 주저하는 이유는 소위 정치권 등 유력 인사와 든든한 ‘연’이 없어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대세다.

실제 최근 최광 이사장과 불화설로 마찰을 빚은 홍완선 기금운용 이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대구고등학교 동기 동창으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원로학자 출신인 최 이사장 역시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부산고등학교, 위스콘신대 동문으로 엮이고,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등 정치권 인맥이 두텁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넘버 1, 2로 꼽히는 자리에 있는 고위직들이 하나같이 정권 최고 실세와 연이 닿아 있다고 알려졌으니 순수한(?) 자본시장 경력만으로 후보자로 나서는 입장에선 난감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장은 무려 5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굴려 ‘자본시장 대통령’으로도 불리는 막강한 자리다. 특히 우리나라가 세계 3대 연기금 반열에 올라서면서 과거 대비 기금운용 본부장의 위상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부펀드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 대형 상장사 CEO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이가 바로 국민연금 기금운용 이사이다. 최근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에서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사 결정과 투자 행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 투자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각 상장기업의 주요 주주로도 등재돼 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자리가 과거 운용 경험이나 성과 등 자본시장에서 쌓은 경력보다는 현 정치권 유력 인사와의 인연으로 ‘간택’된다는 생각이 자본시장에 널리 퍼진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더욱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따라 2016년 전주로 이전한다. 이 때문에 정치적 빽도 없고,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공모를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투업계에서는 특수 경력직으로 분류해야 할 기금운용 이사직을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공직자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3년간 취업 제한으로 묶는 방식도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로 꼽는다.

국민의 노후 자산을 불리는 가장 중요한 키맨 역할을 하는 ‘자본시장 대통령’ 자리가 여러 구설수로 공모자들이 응모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 정부나 국민연금 측에서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은 금융투자업계를 비롯한 국민은 정치적 빽이 든든한 낙하산보다 내 자산을 소중히 불려주고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검증된 운용 전문가를 원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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