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후폭풍] 진격의 박용만·집념의 정용진… 서울 한복판 ‘깜짝 뒤집기쇼’

입력 2015-11-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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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용만, 중공업 부진 新성장동력 확보…신세계 정용진, 20년 숙원사업 해결

서울 면세점 2차 대전에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뚝심이 결국 통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 그룹의 20년 숙원을 푸는 동시에 앞으로 롯데와 신라가 양분한 면세 시장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기업 오너들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확전됐던 서울시내 면제점 신규 사업자 쟁탈전이 두산과 신세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면세점 한곳을 내주게 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3년간 지켜오던 사업권을 잃게 됐다.

◇다크호스 박용만, 동대문 면세점 시대 연다 = 박용만 회장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영업권)를 획득하면서 동대문 면세점 시대를 개막했다. 두산그룹의 면세점시장 진출은 동대문 터줏대감의 역할론을 강조한 박 회장의 ‘뚝심 경영’이 바탕이 됐다.

직접 동대문 지역을 차별화한 관광지역으로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표명하고, 100억원 가량의 사재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두산만의 면세점 경영 지향점인 동대문 상권 발전과 이와 관련한 신규채용 확대 방안 등은 박 회장의 아이디어다.

앞서 시장에선 유통업 경험이 취약한 두산이 면세점 내 명품 브랜드 유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일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기자들을 직접 만나 “글로벌 패션지 보그를 비롯해 5개 패션지와 20여년간 명품 브랜드와 인연을 맺어온 두산이 패션 관련 콘텐츠에서는 최고”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무엇보다 두산그룹의 주력 사업인 중공업은 최근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면세점 시장 진출은 박 회장 입장에선 의미가 깊다. 앞서 박 회장은 두산프라코어의 알짜 사업 부문인 공작기계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녀 출산으로 집안의 경사를 맞은 뒤,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우승을 거머쥐고 면세점 시장 진출이라는 3개의 경사를 맞고 있다.

◇정용진, 상처 딛고 20년 숙원 사업 해결 =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7월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상처를 씻어내고 대역전에 성공했다. SK그룹의 워커힐면세점 특허권을 넘겨받아 서울 입성에 성공했고, 중견기업 패션그룹 형지의 공격을 받은 부산 면세점 수성도 성공했다. 지난 20여년간 그룹의 숙원이던 면세점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롯데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에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정 부회장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초반부터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는 등 사업계획서의 밑그림을 직접 그려 나갔다. 평소 계열사들의 사업현안과 관련해서는 겉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던 것이다. 특히 관세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친필로 “면세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신세계가 관광산업에 이바지하고 사업보국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지난 5일 신세계 영랑호 리조트에서 진행된 대졸 신입 1년차 연수캠프에서는 “시내면세점은 세계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비슷비슷한 면세점을 만들어선 안 된다”면서 “오직 신세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어메이징한 콘텐츠로 가득 찬 면세점을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함께 사재 60억원을 출연, 청년희망펀드를 포함 총 100억원을 기탁했다. 또 차명주식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실명주식으로 전환, 발빠르게 대처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정 부회장의 전략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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