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17일 개장 1주년을 맞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설 첫 달 1억870만원으로 시작한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403억8000만원으로 증가했고, 발행총액은 47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도입 초기 형제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와 차별화가 가능할지 우려하던 시선을 털고 초고속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만난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사진)은“2020년까지 200개 종목 상장, 발행총액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ETN 시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 본부장은 외국계 증권사 유치, 신용 위험 체크 시스템 도입, 세제 혜택 제공 등을 당면 과제로 꼽았다.
△ETN 시장이 빠른 성장을 달성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저금리·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다. 속도도 매우 빠르다. 그런데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있어 마땅한 투자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 안정적이면서도 적절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ETN은 중위험·중수익으로 이런 투자자들의 고민에 적합한 틈새 상품이다. 특히 ETN은 상장 종목의 38%가 외국 상품에 기초한다. 해외 직구를 하는 투자자들이 눈을 돌릴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사가 만든 상품이다 보니까 유동성공급자(LP) 의무도 직접 하고,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거래소도 증권사와 적극적인 공동 마케팅을 펼쳤다. 이런 노력과 투자자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ENT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냈다고 본다.
△현재 상장된 61개 가운데 삼성증권이 75%, NH투자증권이 20%의 비중을 차지한다. 특정 증권사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점에 거래소는 어떤 시각을 갖고 있나.
=증권사 간에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한국투자증권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금은 판도가 뒤바뀌었다.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핵심 덕목이 바로 경쟁이다. 경쟁이 ETN의 급성장을 낳았다. 공부도 1등과 2등이 경쟁을 할 때 서로 성적 상승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증권사 간의 경쟁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본다.
△ETN 시장의 성장을 위해 최근 외국계 증권사의 ETN을 발행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외국계 증권사는 지점 형태로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규모가 작다. 하지만, 상품 개발 능력은 월등하다. 본사의 보증을 통해 신용위험을 해소하면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인 외국계 증권사도 내년부터 ETN 발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본격적 타진이 기대된다.
△ETN은 증권사가 파산하면 수익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투자자들이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같은 상황을 우려할 수 있는 대목이다.
=ETN은 무담보·무보증 사채인 만큼 신용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재무적 요건을 자기자본 1조원, 순자본비율(NCR) 200%로 깐깐하게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다른 나라와 달리 중앙청산소(CCP) 기능을 하고 있다. 이 점을 활용해서 증권사들의 종합적인 신용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겠다. 발행사의 신용 위험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투자자들에게 공시할 예정이다. 레버리지 비율, NCR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 가능할 수 있게 하겠다. 투자자들에게 되도록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주요수급주체인 기관과 외국인의 참여가 아직 미미해 자금유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앞서 언급한 신용 위험 체크 시스템이 마련되면 연기금이 참여하면서 ETN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다. 마케팅의 초점을 내년부터 개인은 물론 기관에 맞추려고 한다. 지난달 초 금융위는 개인연금에 ETF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ETN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정책 당국에 계속 건의하고 있다.
△ETF는 해외 비과세 펀드에 해당해 세금이 면제되지만 ETN는 증권사 발행이라 이 혜택이 없다는 사실도 약점이다.
=조세 당국과 조율하고 있다. 올해는 ETF에 먼저 혜택을 줬다. 유사한 상품 간에는 세제 형평성이 있어야 더욱 발전할 수 있다. ETN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거래소 차원에서 전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아직은 규모 면에서 갈 길이 멀다. 앞으로 ETN을 어느 수준까지 확장할 계획인가.
=2020년까지 200개 종목 상장, 발행총액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와 전 세계 경제 전망을 볼 때 ETN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투자 안정성이 신흥국보다 높아서 일단은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많이 상장해야 한다. 성장률이 높은 신흥국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 출시도 독려할 방침이다.
△앞으로 유가증권시장의 발전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경제 성장률이 높은 국가의 일등 기업을 많이 상장시키려고 한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성격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ETN은 해외 상품지수를 활성화해 ‘주식 직구족’의 발목을 잡고 싶다. 시장 유동성을 높이고자 액면분할도 유도해 개인의 참여율도 높일 예정이다.
사진=신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