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매수’만 권하는 애널리스트

입력 2015-11-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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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은 자본시장부 기자

지난 5월 말의 일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대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야심 차게 도입했다. 금투협은 이를 통해 ‘매수’투성이인 애널리스트의 리포트에 솔직한 ‘매도’ 의견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로 보지만 애석하게도 금투협의 바람은 빗나갔다. 반년이 지났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소나무처럼 꿋꿋했다. 자산규모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 중 이번 제도 시행 이후 매도 의견 리포트를 내기 시작한 곳은 단 3곳뿐이었다. KB대우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등 5개사는 3분기 연속 매도 리포트 비율 ‘제로’를 기록했다. 그나마 매도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도 매도 리포트의 비율이 0.8~4%에 불과해 구색 갖추기 수준에 머물렀다.

매수를 권하는 애널리스트의 화법은 다양하다. 기업의 실적 발표 결과가 시장 기대치를 한참 밑돌 경우에는 “다음 분기(혹은 내년)가 기대된다”는 말을 자주 쓴다. 곪았던 악재가 터진 기업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표현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엔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때”란 표현으로 포장한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낙관적인 시각이다.

물론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에게도 사정은 있다. 매도 리포트를 내려면 해당 기업이나 주주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매도 리포트를 내면 해당 기업은 거래를 끊으려 할 것이고 주주는 불같이 반발할 텐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스스로 매수 리포트 일색의 관행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제도적 정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도 리포트 의무 발행과 같은 부담을 지운다면 시장에 더 큰 혼란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돼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팔아야 할 종목을 ‘팔라’고 권할 수 있을 만큼 자본시장이 성숙하려면 도대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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