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범죄 수법 북미서 전수받는 한국인… 시장교란 우려 커졌다

입력 2015-11-19 09:16 수정 2015-11-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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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인 총책으로부터 교육받아, 증권범죄 글로벌화 심화

한국인 A씨는 2013년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국 증시 거래를 함께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고성능 컴퓨터로 하루에 수천 번 주식을 사고파는 캐나다의 알렉산드르 밀러드가 보낸 메시지였다. A씨는 ‘적발되지 않으며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국제 시세조종 세력에 가담했다. A씨처럼 미국 증시의 시세조종에 발을 담근 한국인은 5명이다.

◇걸리지 않는 법, 초단타매매 기법 전수받아= 이들은 밀러드로부터 초단타매매(HFT, high-frequency trading) 수법을 전수받았다. 수백만 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종목을 높은 빈도로 자동매매 하는 방식이다.

국제 시세조종 세력을 적발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이들은 한 거래당 20~100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이 지난 2년간 올린 부당이득은 모두 190만 달러(22억2000만원)다.

황현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하 자조단) 사무관은 “한국인 5명은 밀러드에게 금융당국에 적발되지 않는 방법도 철저히 교육받았다”고 설명했다. 자조단은 최근 SEC로부터 이들의 계좌추적 요청을 받아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황 사무관은 “이번 주 조사를 완료할 것”이라며 “시세조종 혐의자의 직업과 나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증시, 스캘퍼 확산 우려 커져= 밀러드의 시세조종에 협력한 트레이더는 한국인 5명과 숫자가 파악되지 않은 중국인 다수다. 그가 한국과 중국을 고른 이유는 컴퓨터 아이피(IP)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또 자국과 먼 곳의 IP가 이용되면 두 거래 간의 연관성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사 대상에도 잘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초단타매매자(스캘퍼, scalper)가 등장할 것이란 우려는 커졌다. 2011년 증권가를 뒤흔든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의 스캘핑(scalping) 사건이 국제 시세조종 세력의 공조로 유가증권 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스캘퍼의 기본은 ELW 시장에서 거래 간의 시간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린 것”이라며 “국내 유가증권 시장은 모든 투자자가 거래에 걸리는 시간이 동일하지만 HTF의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스캘핑을 뛰어넘는 시세조종 수법이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위에 통보된 불공정 거래 종목 수는 줄었지만 혐의 통보 건수는 줄지 않고 있다. 최욱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본부장은 “최근 불공정 거래의 특징은 동일인이 수십, 수백 종목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한 사람이 여러 종목을 사고팔면서 시세를 조종할 개연성이 커진 것이다.

◇시세조종 가담 한국인 처벌은 미지수= 증권범죄는 글로벌화 되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단속 및 처벌 수위는 국제 기준에 비해 낮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밀러드의 시세조종 혐의를 적발한 뒤 캐나다와 협력해 즉각 계좌를 동결했으며 주식 처분금지권도 발동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당국은 계좌동결권과 주식 처분금지권한이 없다. 국내에서는 이들의 계좌정보를 미국 수사당국에 넘기는 것 이외에는 다른 수단을 쓸 수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범죄가 글로벌화 되면서 단속 권한도 국가 간에 차이가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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