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든 공매도]대형사건 터지면 개미는 눈물

입력 2015-11-20 10:25 수정 2015-11-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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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엘리엇 사태’…하루 21만주 쏟아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013년 4월 “공매도 세력 때문에 회사 경영이 어려울 지경”이라며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당시 서회장은 2011년부터 2년여간 총 432거래일 중 412일 동안 공매도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공매도와 온갖 루머에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그는 감독 당국에 이를 정식으로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주식시장에 공매도가 거세다. 2013년 서 회장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한 뒤로도 공매도 압박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주식 시장에서 대형 이벤트가 발생하면 해당 종목이 공매도의 표적이 되는 현상이 반복되며 개미들의 피눈물이 이어지고 있다. 주로 외국인이나 기관이 공매도를 활용하면서 주식을 빌릴 수 없고 정보가 부족한 개인은 뒤늦게 손실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삼성물산 3대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공매도가 급증했다.

지난 6월 5일 삼성물산의 공매도량은 57만8171주로 관련 통계가 존재하는 200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나타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식 1112만5927주(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지난 4일에도 공매도량은 급증해 20만9815주에 달했다. 엘리엇의 지분 매입 발표가 나기 전인 6월 1~3일 평균 삼성물산 공매도량은 약 7000주였다.

엘리엇이 차익을 챙긴 뒤 주식을 팔고 떠나면 삼성물산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투자자들이 대거 공매도에 나선 것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 대비해 공매도를 통해 이미 일부 이익을 확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앞서 ‘가짜 백수오’ 논란에 휩싸였던 내츄럴엔도텍도 공매도 논란이 일었다. 지난 4월 22일 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발표가 있기 전 내츄럴엔도텍의 공매도는 크게 증가했다. 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 원료를 수거한 전달 26일 기준 156만6380주이던 내츄럴엔도텍 공매도 누적수량은 4월 22일 기준 184만9807주로 증가했다. 특히 14일에는 공매도량이 8만6336주로 당일 내츄럴엔도텍 전체 거래량의 23.57%에 달했다. 이에 따라 미공개정보를 통해 주가 하락을 예상한 세력들이 공매도로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활용한 롱숏(LongㆍShort)전략을 쓰는 헤지펀드가 덩치를 키워가고 있고, 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이 지수하락에 베팅하며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압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공매도 증가와 주가 하락의 유의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은 “실증 연구에 따르면 공매도 증가와 가격 하락과의 유의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또 공매도만으로 15% 이상의 가격 하락을 촉발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용어설명)공매도=공매도는 주가가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한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 일단 매도한 후 실제로 하락하면 주식을 다시 매수해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 것이다. 주식을 빌려 이른바 ‘지렛대 효과(레버리지)’로 공매도를 할 수 있고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매도가 많은 종목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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