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26] 가치와 수익 두 토끼 잡는 진정한 사회적 기업을 꿈꾼다

입력 2015-11-2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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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 판다코리아닷컴 대표

“중국인들이 해외직구 시장에서 구매하는 액수가 해마다 급증해 2018년에는 400조원을 넘어설 것입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상징인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이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러한 전망은 중국전자상거래협회가 추산한 전망치와도 일치한다. 2013년 13조원에서 내년에는 100조원을 넘어서고 2018년에는 400조원 시대를 연다는 것. 현재 중국에서 전자상거래로 거래되는 상품 액수만 3000조원에 달하니 400조원이란 수치가 과장돼 보이진 않는다.

한국의 전체 전자상거래 거래 규모는 얼마일까. G마켓·쿠팡과 같은 대규모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 작은 개인 소호몰까지 모두 합친 액수가 40조원을 조금 넘어선다. 국내 전자상거래 거래액이 경기침체 등으로 정체 상태인 것을 고려할 때 2018년이면 중국 소비자가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금액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셈이다.

지난해 초 설립한 판다코리아닷컴은 오로지 이러한 중국 해외 직구족을 위한 020쇼핑몰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한국제품 10만여개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쇼핑몰 설립 1년 만에 중국에서 250만명의 회원수를 확보해 국내 온라인 사이트 중 가장 많은 중국인 회원수와 트래픽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어떻게 배용준씨나 김수현씨와 같은 한류 슈퍼스타를 주요 투자자로 끌어들였느냐와 한·중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이 모두 중국 해외직구 시장에 뛰어든다면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얘기다. 이에 대한 답은 바로 앞서 언급한 폭발적인 ‘시장’에 있다.

지난해 11월 배용준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중국 직구시장에 관심이 있으니 한 번 만나자는 제안이었다. 배용준, 일명 욘사마는 한류라는 바람을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 불러일으킨 1세대 거인. 한류기획사 키이스트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그는 한·중·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유력 인사 중 한 명이다. 그가 만난 중국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난해 초부터 그에게 중요한 귀띔을 했다.

“중국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곧 이 불길이 해외 직구시장으로 옮겨붙을 것 같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과 일본 소비재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테니 준비하라.”

당시만 해도 한국과 중국 시장을 잇는 이른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영위하는 한국 회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나마 판다코리아닷컴이 초석을 닦고 있던 상황. 욘사마와의 첫 만남은 길지 않았다. 이미 서로 고민하고 있던 지점이 맞닿아 있었기에 많은 말이 필요치 않았다.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손쉽게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소개하고 판매하는 길은 오로지 온라인 시장밖에 없다. 중소기업을 살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큰 수익까지 노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업이 바로 중국 역직구 쇼핑몰이었기 때문이다. 첫 만남 이후 보름 후 욘사마는 물론 중국인들이 열광하는 김수현씨, 그리고 소속사인 키이스트는 54억원을 스타트업인 판다코리아닷컴에 흔쾌히 투자했다. 사업계획서조차 요구하지 않은 진정한 ‘엔젤 투자’였다.

“중국에서는 앞으로 2년 내에 전자상거래라는 단어가 사라질 것입니다. 왜냐면 모든 상거래가 전자상거래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단어는 특별한 경제용어가 아닌 보편적 경제 행위가 될 것입니다.”

중국에 살면서 많은 전자상거래 관련 세미나나 포럼에 초대를 받는다. 그곳에서 어김없이 언급되는 말이 바로 이것. 중국 상거래에 있어서 이커머스는 이제 ‘공기’와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두 번째 질문 ‘과연 판다코리아닷컴이 유통 공룡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판다코리아닷컴은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행복한 회사 중 하나다. 이른바 벤처회사의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를 넘기 위해선 잇따른 투자가 필요한데 특별한 요청 없이도 국내외에서 많은 투자자가 찾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한 외국계 회사 투자자가 나에게 찾아와 이런 얘기를 건넸다.

“제가 10년간 수많은 벤처에 투자했는데 크게 보면 두 가지 부류였습니다. 첫째는 시장은 작지만 그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이나 경쟁력이 있는 회사였고, 두 번째 부류는 시장 가능성은 엄청난데 시장에서 5, 6위 정도 하는 회사였습니다. 이 둘 중 10년이 지난 지금 어느 쪽이 더 투자 수익률이 좋은지 아세요?” 투자자의 의도가 무얼까 고민하며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스스로 답했다.

“상당수 사람은 첫 번째일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다릅니다. 물론 작은 시장에서 1, 2위 하는 업체에 투자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예상보다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벤처들은 결국 엄청난 파이를 나눠 먹으며 큰 수익을 안겨다 주었죠.”

중국 해외직구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면서 중국 유명 쇼핑몰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해외직구 쇼핑몰을 열고 있다. 한국관, 일본관, 미국관 등 해외직구 카테고리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렇듯 유명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직구몰을 열다 보니 한국 등에서 당장 물건을 소싱하거나 배송하는 일이 급선무가 됐다. 앞다퉈 한국을 방문해 소싱·배송을 담당해줄 전자상거래 업체를 찾았지만 녹록지 않았다. 국내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은 국내 경쟁에 급급해 중국 시장을 준비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한·중 국가 간 전자상거래만 준비하고 있던 판다코리아닷컴을 알게 됐고 하나둘 우리와 업무협약을 맺어 나갔다. 시장이 열리게 되면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 회사 규모가 크건 작건 상관없다. 급변하는 시장에 누가 대응력을 가지고 발 빠르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B2C로 시작한 사업이 B2B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판다코리아닷컴은 국내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직구시장에 뛰어들어도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선 중국 세관에 수출입업체로 승인받은 국내 유일의 전자상거래 업체다. 이를 승인받기 위해 중국 내 법인 설립과 통신경영허가증(ICP) 취득은 물론 물류센터 확보 등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켰다. 무엇보다 판다코리아닷컴은 중국인들에게 폭넓은 인지도와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김수현과 엑소 등 한류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이 주효했고, ㈜한국정품인증을 설립해 거래되는 모든 상품에 정품인증을 부여함으로써 믿을 수 있는 쇼핑몰로 자리매김했다. 한·중 FTA 시범도시인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威海)시와 물류 합작을 이뤄 낸데다 O2O 쇼핑 편의를 위해 한국과 중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설립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초 강남구 역삼동 작은 오피스텔을 빌려 창업의 고된 길에 들어섰을 때 얘기다. 책상도 없던 휑한 사무실에 화이트보드 칠판을 먼저 사서 공간을 채웠다. 그러곤 비장한 각오로 한마디 적었다. ‘판다코리아닷컴의 성공은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성공이다.’

얼마 뒤 귀를 의심할 만한 말을 전해 들었다. 알리바바그룹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을 알리는 행사였는데 그곳에서 마윈은 의미심장한 명언을 남겼다. “알리바바의 성공은 중국 중소기업의 성공입니다.” TV를 통해 이 말을 전해 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렵지만 결코 방향이 틀리지 않는구나.’

우리 회사가 이른바 대박이 나는 길은 딱 하나다. 우리가 판매하는 중소기업 제품들이 우리 쇼핑몰을 통해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증하는 길뿐이다. 이 때문에 우리 임직원은 중소기업 제조사들 못지않게 제품을 어떻게든 많이 팔아보려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중소기업을 살려야 우리가 살 수 있는 공생의 사업, 누구도 먼저 가보지 않아 불투명하지만 나의 도전이 새로운 ‘길’이 되는 사업, 가치와 함께 성공했을 경우 폭발적인 수익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사업. 내가 가슴 뜨겁게 기업을 하는 바로 그 이유다.

이종식 대표 프로필

2015.2.9~현재 농수산식품부 수출개척협의회 위원

2014.4.31~현재 산업자원부 수출협의회 위원

2014.3~현재 판다코리아닷컴 대표

2013.10~2014.2 NS스튜디오(게임·IT)부사장

2013.1~2013.9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설립추진단장

2006~2012 동아일보 사회부기자, 채널A 사회부·정치부 기자

2003~2005 한국경제TV PD, 기자

2000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판다코리아 연혁

2015.10 베이징 법인 설립 및 사무실 개소

2015.7 중국 세관 해외직구 전자상거래 수출입 업체 최초 승인

2015.6 오프라인 매장 ‘판다 O2O숍’ 명동점 오픈

2015.4 中 ‘전자상거래 혁신어워드ECI’ 국제부문 대상 수상(상하이)

2015.4 중국법인(위해판다무역유한공사) 설립

2014.12 키이스트와 투자유치 및 업무협약

2014.10 해외직판 쇼핑몰 ‘pandakorea.com’ 정식 오픈

2014.8 중국 인터넷경영허가증(ICP) 발급

2014. 5 중국 상하이 법인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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