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유라시안 네트워크와 개방한국

입력 2015-11-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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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지금 한국은 4가지 중대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15년 동안 국민소득은 2만 달러(약 2313만 원)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 비중은 하락하고 있다. 지역 계층 간 사회 분열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북핵으로 대표되는 남북문제 또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독도영유권, 동북공정 등 일본, 중국과의 외교 갈등은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 정체성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진입하는 패러다임과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패러다임이 같지 않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중진국 진입은 선진국을 추격하여 ‘혼자 열심히’ 노력만 하면 된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은 남들과 ‘더불어 다르게’ 해야 한다. 한마디로 ‘닫힌 한국에서 열린 한국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한반도 국가에서 글로벌 허브 국가로서의 새로운 국가 정체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전략으로 제도 경쟁력 강화, 닫힌 분야 개방, 네트워크 중심 국가라는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제도 경쟁력 강화다. 지금의 한국은 기술이 번 것을 제도가 까먹고 있는 구조이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요 요인은 불합리한 각종 규제와 제도 미비로 인한 서비스 산업의 후진성에 있다. 기술로만 경쟁하는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적 선도국가 대열에 진입했다. 그러나 제도가 뒷받침해야 하는 금융, 교육, 의료, 행정 등 서비스 산업에서 한국은 후진국이다. 인터넷 기술로 이룩한 경쟁력을 공인인증서와 인터넷 개방성 제도로 후퇴시킨 사례를 보라.

둘째는 닫힌 분야의 개방이다. 한국의 산업별 경쟁력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우선 가장 경쟁력이 있는 이른바 A학점에 해당하는 분야로, 반도체ㆍ조선ㆍ자동차ㆍITㆍ모바일 등이 있다. 평균 수준인 B학점 분야에는 유통, 서비스, 내수 제조, 스포츠 산업 등이 속한다. C학점에는 의료ㆍ법률ㆍ행정ㆍ금융ㆍ교육ㆍ노동 등 6대 분야가 있다. 놀랍게도 국제 경쟁력이 OECD 하위권인 이 6대 분야에는 오히려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몰려가고 있다. 세 그룹의 경쟁력 차이는 개인 역량이 아니라 개방 정도에 비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방된 분야는 경쟁력이 상승한 반면, 개방되지 않은 분야는 경쟁력이 후퇴한 것이다.

셋째는 네트워크 중심 국가다. 후진국이 독자적 외교 노선을 지향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나라가 약할 때는 강한 국가를 따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반면에 선진국을 지향하는 시점에서는 강대국을 추종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선진국의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외교 전략인 강대국 추종 전략을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추종 전략만으로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선도 국가들은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음을 명심하자.

이 세 가지 전략 구현을 위하여 ‘유라시안 네트워크’를 제안한다. ‘개방과 공유의 열린 한국’이란 정체성으로 한반도 국가에서 전 세계 글로벌 허브 국가로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현 정부의 유라시안 이니셔티브 전략이 구현 방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인의 에너지는 매우 강하다. 한 번 열리면 세계로 무섭게 뻗어 나간다. 반면 닫으면 내부에서 서로 충돌한다. 개방을 통하여 우리는 손해 본 사례가 거의 없다. 개방 네트워크로 제도의 경쟁력과 폐쇄된 집단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글로벌 선도 전략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선도국가 진입은 열린 국가 전략인, 유라시안 네트워크와 한국의 창조경제 정책의 세계화의 결합을 통하여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의 세계화와 유라시안 이니셔티브는 상호 보완적 국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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