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원죄설 - 강규호 아리움디자인 대표

입력 2015-11-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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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에 선 바람은 헝클어진 입자들을 모으고 무질서한 가운데 하나의 질서를 만들었다

제 1 간음<姦淫>

몇몇 사람 중에 한 여자가 배꼽 아래에 까지 술렁이게 하는 눈웃음을 친다

비탈길 내려 정차하는 순간까지 녹슨 타이어 자국의 주름만큼 나를 보며.

손잡이에 손목을 매달고 흔들림 바둥거리며 견디는 사람과 다르게 우회하는 간음으로 여자를 본다 도톱한 볼 살에 고인 웃음과 자목련 피듯 고운 하얀 이 그리고 목선을 따라 흘러내린 두 개의 몽울진 모래언덕까지 몇몇 사람을 관음에 방패삼아 눈은 창으로 여자를 겨눈다

달콤한 상상으로 더딘 어둠속에 산짐승 울음을 빌고

이름은 약속없는 만남처럼 서로 정하지 않아도 좋다

아- 나를 보며 웃는 여자를 상상만으로 간음하는 원초적 죄

생사불멸 죄의 울렁거림 버스는 아직 자갈길을 달리고 있다

- 바람아! 하고 부르는 사람은 많았어도 바람아- 하고 물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 2 농아<聾啞>

내 시골의 조그만 뒷산

밑동 잘린 밤나무처럼 유년은 옹이대로 두고 더는 성장을 멈춘 동갑내기 7번 버스를 탄다 덜컹거릴 때마다 깨이던 유년의 기억

그녀를 본다 웃음을 정비하고 핸드폰을 열고 몸을 일으키는 다리에 시동을 걸고 한 발치 앞까지 내게로 오는 그녀를, 톡! 톡! 톡! 어깨를 두드리며 놀라는 모습과 웃는, 가까이 아주 가까이 보고 더 이상 그녀, 볼, 자, 신, 이, 없, 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문자로 더 확실한 마음으로 그러했는지

내 유년의 조그만 뒷산에는 분명 온몸으로 말하던 소녀 하나 있었다

싫은 소리 들어도 소화하지 못한 채 웃기만 하고 다정한 눈빛으로 사물을 문자화 하던 소녀 그녀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아- 나를 보며 반기던 그녀를 상상으로 간음하던 원초적 죄

생사불멸 죄의 울렁거림 버스는 아직 자갈길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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