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현직 상원 의원과 은행 관계자가 국영 에너지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브라질 사법당국은 25일(현지시간) 안드레 에스티브 BTG팩츄얼 최고경영자(CEO)와 여당인 노동자당 대표 델시디오 도 아마랄 의원을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 연루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대법원에 따르면 이들이 현재 수감돼 공판을 앞둔 네스토르 세르베로 전 페트로브라스 국제담당이사의 부패 스캔들을 덮고자 위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마랄 의원은 세르베로에게 비밀 유지 조건으로 400만 헤알(약 12억원)과 매월 5만 헤알의 뇌물을 제공하고 해외 도피용 개인 제트기와 위조 여권을 지급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테오리 자바스키 대법원 판사는 “아마랄 의원은 이번 페트로브라스 비리 수사로 밝혀진 ‘세차 작전(Operation Car Wash)’ 범죄 구성원의 일원이며 도피 계획을 세워 수사에 차질을 빚게 했다”고 밝혔다.
에스티브 CEO는 세르베로의 증언 초안을 불법적으로 입수하고 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미 최대 독립 투자은행인 BTG팩츄얼 창립자인 에스티브 CEO는 자산 규모 21억 달러(약 2조8647억원)로 브라질 부호 13위다. 그는 지난 2006년 팩츄얼을 스위스 금융그룹 UBS에 26억 달러로 매각하면서 억만장자가 됐다. 이후 금융위기인 2009년 저가로 다시 사들여 BTG팩츄얼을 탄생시켰다.
이번 체포 소식은 페트로브라스의 비리로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이 ‘정크’에 가까운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 가운데 나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5일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하고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BBB-’는 피치가 분류하는 투자등급의 맨 아래 단계다.
현재 브라질 경제를 위협하는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에 현직 의원까지 연루되면서 그간 낮은 지지율로 탄핵 위기에 몰렸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입지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체포가 금융·정치계 인사의 첫 체포라는 점에서 브라질 전체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에스티브 CEO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25일 BTG팩츄얼의 주가는 장중 31.7% 폭락세를 기록했다. 종가는 전일 대비 21.01% 떨어진 24.40헤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