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이하 H주) 편중 현상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56개 증권사는 파생상품관련 손실이 1조3187억원 발생하며 당기순이익이 전분기보다 37.8% 감소한 7442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악화의 핵은 H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관련 운용손실이다. H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올해 월평균 5조4000억원이 발행됐다. 지난 9월말 기준 발행잔액은 32조3000억원으로 전체 발행액(64조9600만원)의 38.5%를 차지했다. 그러나 H주는 지난 4월 1만4536.67을 기록한 뒤 9월 9000선이 붕괴되는 등 4개월여 만에 63% 폭락했다.
H주 편중 현상이 심화된 상황에서 홍콩 증시가 급락하며 증권사들의 헤지(위험회피) 비용이 급증했다. 증시가 폭락한 지난 8월 HSCEI지수선물시장은 사상 최대 거래량(46만7559계약)과 미결제약정(45만5165계약)을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가 HSCEI지수선물을 감마(기초자산이 원금손실 가능구간에 진입하면 이를 헤지하기 위해 해당종목을 집중 매수) 헤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매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상을 초과하는 헤지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속적인 주가 급락에 따른 지수선물 매수포지션 확대와 이에 따른 증거금 누적, 주가 급등락에 따른 거래수수료 급증 등으로 헤지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 것이다.
또한 주가 하락으로 조기상환 이익 기회를 상실한 것도 ELS 운용이익 급감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올 들어 월별기준 조기상환 ELS는 지난 4월 2220개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5월 1711개, 6월 1392개, 7월 1855개 종목이 조기상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8월 들어 827개로 줄더니 9월에 278개로 급감했다. 이와 연동돼 지난 9월 ELS 신규 발행액은 3조6081원으로 전달(6조436억원)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금융당국은 H지수 급락 등으로 ELS 상품의 특정지수 편중현상이 시장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해 필요시 해당 상품의 발행을 제한하는 등 개선방안 구축을 염두해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는 H지수 ELS 발행잔액을 현재 36조5000억원에서 2017년 25조원대로 줄이는 자율규제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규제안이 시행되면 증권사들은 우선 이달부터 전달 상환액의 범위에서만 새로 H지수 ELS를 발행할 수 있다. 내년 2분기부터는 전분기 상환액의 90% 수준까지만 H지수 ELS를 찍어낼 수 있다.
그러나 금투업계는 이미 H지수가 바닥을 찍을 때 나온 당국의 뒷북규제가 오히려 낮은 지수대에서 안전하게 H주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결과일 뿐이라는 볼멘 소리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H지수의 올 일평균 가격대가 1만2000포인트라는 점에서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스텝다운형 ELS의 녹인(원금손실 가능구간) 예상 가격대는 8000포인트 이하에 집중돼 있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원은 "녹인 우려는 높지 않고 다만 조기상환 기회가 일부 지연됐을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