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응답하라 1988’ 택이 상금, 은행 vs 부동산 재테크 승자는?

입력 2015-11-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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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N '응답하라 1988')
(출처=tvN '응답하라 1988')

미란 : 근데, 택이 이번에 상금 얼마 받았어요?

무성 : 5000만원.

(모두 깜놀)

미란 : 땅! 땅이 최고야. 택이 아빠 무조건 땅 사요. 요새 일산이 뜬데.

동일 : 아따! 아무것도 모르믄 말을 마쇼. 일산에 볼 것이 뭐 있간디. 맨~논·밭 뿐인디, 좌우당간 목돈은 은행에 딱 박아두는 것이 젤로 안전하당께.

미란 : 어~유. 은행이자 그거 뭐 얼마나 한다고.

동일 : 물론 뭐 금리가 쪼~까 떨어져가꼬 한 15% 밖엔 안 되지만, 그래도 따박따박 이자 나오고, 은행만큼 안전한 곳이 없재.

선영 : 쌩돈 5000만원을 뭐한다꼬 은행에 처박아 놓습니꼬. 택이 아빠! 아파트 하나 사이소~ 강남서 가장 잘 나가는 그 뭐라카더라? 아! 은마 아파트. 그거 5000만원 한다카데.

‘응답하라 1988’ 2회에 나온 대사입니다. ‘바둑천재’ 택이가 우승상금으로 5000만원을 받아왔다는 말에 동네 어른들이 자신들만의 재테크 노하우(?)를 늘어놓습니다.

은행에 다니는 덕선이 아빠는 이자 꼬박꼬박 나오는 예금에 넣으라 하고, 연탄 걱정이 지겨운 선우 엄마는 강남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은마아파트’를 추천합니다. 복권 당첨으로 벼락부자가 된 정환 엄마는 일산에 땅을 사라고 부추기네요.

15% 예금금리에 5000만원짜리 은마아파트! 입이 떡 벌어집니다. 분명 우리가 살아온 시대인데 단 세상 얘기 같네요. 그러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은 잠시 넣어두고, 2015년 오늘 어른들 말 중 가장 큰돈을 번 재테크 노하우(?)는 무엇일까요?

15% 금리 : 2억5500만원= 동일 아빠 말처럼 1988년 은행 예금금리는 10% 가 넘었습니다. 15%로 가정해 보죠. 5000만원을 넣으면 750만원이 이자로 나왔습니다. 한 달에 62만5000원씩 통장에 찍혔다는 얘기입니다. 매달 냉장고(230L)를 2대나 사고, 6개월만 모으면 소형차 ‘프라이드’(381만원)도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정환 아빠가 좋아하는 소고기(1kg당 6600원)는 하루에 3kg씩 배불리 먹을 수 있었죠. 지금도 적지 않은 돈입니다. 2015년 최저 시급에 주 5일 근무로 치자면 한 주 모자란 한 달을 일해야 벌 수 있습니다.

은마아파트 : 11억원= 강남 재건축 역사의 상징이죠. 대치동 은마아파트 말입니다. 1988년 은마아파트 31평(계량 단위가 평→㎡ 전환된 건 2007년입니다)은 6500만~7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현재는요? 101㎡가 약 11억원에 매매되고 있습니다. 27년 만에 15배 정도 뛰었습니다. 확실히 은행에 넣어둔 것보다 수익이 더 좋습니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건설계획을 보도한 1989년 4월 28일자 조선일보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건설계획을 보도한 1989년 4월 28일자 조선일보

일산 땅 : 주택 한 채 9억500만원= 일산은 분당과 함께 1기 신도시입니다. 덕선이 아빠 말대로 당시 일산은 허허벌판이었습니다. ‘88 서울 올림픽’ 특수에 서울 집값이 20% 넘게 급등하자 인구를 분산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건설됐죠. 1989년 ‘신도시 건설계획’이 발표되면서 묻지마 투자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땅값이 본격적으로 뛰었습니다.

단순히 땅값만 놓고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요즘은 땅과 집이 함께 거래되기 때문이죠. 일산호수를 끼고 있는 마두동의 한 전원주택(대지면적 247㎡, 2층)의 경우 얼마전 9억 5000만원에 거래가 완료됐습니다. 감이 오시나요?

만약 삼성전자에 투자했다면? 20억원 ‘잭팟’= 만약에 말입니다. 택이 아빠가 주식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요? 그야말로 ‘잭팟’입니다. 삼성전자로 따져볼까요? 당시 삼성전자의 시총 순위는 12위였습니다. 그해 평균 주당 가격은 3만 3000원(최고가 3만 8600원, 최저가 2만 8300원) 정도였죠. 5000만원을 투자한다면 1510주가량 살 수 있습니다.

27년이 흐른 지금 이 돈을 얼마로 불어있을까요? 시총 1위 삼성전자의 오늘(27일) 주가는 134만원입니다. 1988년부터 단 한주도 팔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었다면 증권 계좌에는 20억원 넘게 들어있을 겁니다. 이 기간에 받았을 배당은 모두 제외하고 말이죠.

(출처= tvN '응답하라 1988')
(출처= tvN '응답하라 1988')

투자에 답은 없습니다.지금이 어제가 되는 순간 ‘아! OO에 투자할걸’이란 깨달음을 얻을 뿐이죠. 타임머신을 타고 1988년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도 정환이 엄마나 선우 엄마처럼 주변에서 주워들은 노하우를 늘어놓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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