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지나친 관심에 발목잡힌 천재소년 송유근

입력 2015-11-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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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뉴미디어부 차장

천재라고 불린 꼬마가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이름도 어려운 슈뢰딩거 방정식을 척척 풀어냈던 소년이었습니다. 천재성을 인정 받아 어린 나이에 인하대학교 수시모집에 합격했던 천재소년 ‘송유근’입니다.

2년여 만에 자퇴를 했지만, 송군이 8살 나이에 대학교에 들어간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오랜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소년은 키 180cm의 청년이 돼 있었습니다.

걸출한 성과도 함께 들고 나타났습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에서 ‘일반상대성 이론의 천체 물리학적 응용’이라는 논문을 완성했고, 박사학위 수여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만 18세 3개월의 나이로 국내 최연소 박사가 되는 셈이지요. 그동안 부모의 뒷바라지와 송유근 후원회의 지원, 정부부처의 정책까지 천재소년을 지원했던 덕분입니다.

그러나 반가운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송군의 논문에 표절 의혹이 일어났습니다. “지도교수가 2002년 발표한 논문과 거의 동일하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이지요. 지도교수인 박석재 박사가 직접 나서 “절대 아니다”며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해명보다 ‘표절’에 방점을 찍으며 송군을 향한 적잖은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학계에서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가설이 종종 표절로 치부됩니다. 다만 ‘천재소년의 표절’이라는 편견 탓에 다른 학자보다 송군의 충격이 더 컸으리라 짐작됩니다.

자칫 ‘표절’ 주장에서 불거진 지나친 관심이 앞으로 송군의 연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생깁니다.

우리에게는 천재에 대해 지나친 관심 탓에 결국 천재를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사례도 있습니다. 과거 IQ 210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던, 천재소년으로 알려졌던 김웅용씨입니다.

영재교육이 부족했던 1960년대, 소년 김웅용은 5살 나이에 4개 국어를 구사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6살 때는 후지TV 초청으로 일본에 건너가기도 했습니다. TV앞에서 미적분을 척척 풀어내며 천재성을 세상에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 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8살 꼬마를 미국으로 초청했습니다. 그리고 콜로라도 주립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거치게끔 배려했습니다. 소년은 12살이 되던 해, NASA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NASA 선임연구원이었던 16살 소년은 어느날 홀연 귀국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냈던 연구원 생활이 행복하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그가 NASA에서 했던 일은 오늘날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는 기계적인 계측뿐이었으니까요.

NASA를 포기한 것은 곧 그의 실패로 여겨졌습니다. 소년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빛도 차가웠습니다. 어린 소년의 천재성을 볼거리로 삼았던 TV와 신문은 그 때부터 그에게 관심을 끊어버렸습니다.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지방대에 진학했고, 최근 모교에서 평범한 공대교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1960년대 우리에게 영재교육이란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 탓에 세상이 알아줬던 천재를 안타깝게 놓친 셈이지요. 이제 천재소년 송유근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도를 넘어선 지나친 관심이 차분히 석학으로서의 단계를 거쳐야 할 천재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이제 송군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접어야 할 때입니다. 이는 송군이 진정한 석학으로 거듭나고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첫 단계이기도 합니다. 자칫 또 한 명의 천재를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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