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한부터 진도희까지, 2015년 세상 떠난 스타는?[배국남의 스타탐험]

입력 2015-11-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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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DJ로 명성을 날렸던 고 김광한.
▲스타DJ로 명성을 날렸던 고 김광한.
2015년 을미년(乙未年) 한 해가 저물고 있다. 12월 한달 밖에 남지 않은 2015년 올 한해 적지 않은 대중문화 스타들이 대중 곁을 영원히 떠났다. 특히 신중년들의 젊은 시절을 수놓았고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중견 스타들이 활동 무대를 하늘나라로 옮겼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팝스 다이얼’의 김광한입니다!”매력적인 저음으로 팝음악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를 한 뒤 다양한 팝 음악과 정보를 제공해 1980~1990년대 많은 청취자의 사랑을 받았던 스타 DJ 김광한이 지난 7월 9일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향년 69세. 1980~1990년대 중고생 시절을 보내고 청춘을 꽃피웠던 40~60대 신중년들은 자신들의 가슴을 적신 스타 DJ 김광한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죽는 순간까지 DJ로 살았던 김광한은 1966년 19세의 어린 나이에 라디오 DJ로 데뷔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1979년 박원웅이 진행한 MBC 라디오 ‘박원웅과 함께’에 게스트로 나서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1980년 TBC 라디오 ‘탑툰 쇼’의 DJ로 전격 발탁돼 본격적인 DJ 활동을 펼쳤다.

그는 1982년부터 1994년까지 KBS 2FM ‘김광한의 팝스 다이얼’을 12년간 진행하며 명쾌하고 풍부한 해설과 다양한 정보와 함께 팝 음악을 전달해 많은 팬을 확보했다. 2013년 5월부터 2014년 5월까지 CBS 표준FM ‘김광한의 라디오 스타’를 진행하며 DJ로서 활동을 이어갔다. KBS 라디오 ‘팝스 다이얼’을 이끈 김광한은 MBC 라디오‘두 시의 데이트’로 유명한 김기덕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1980~1990년대 팝 음악 팬들을 양분했다.

김기덕은 “김광한 씨는 라디오 DJ의 신화이자 전설이다.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해 청취자들에게 심도 있는 팝 음악 해설을 해줘 청취자들의 음악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했다.

생전에 몇 차례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광한은 “방송에서 팝 음악 프로그램이 많이 사라져 아쉽다. 대중음악의 발전은 다양한 음악을 수용해야 발전하는데 너무 획일적으로 가요 위주의 음악 프로그램이 집중적으로 편성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김형사역으로 출연해 사랑을 받은 고 김상순.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김형사역으로 출연해 사랑을 받은 고 김상순.

‘수사반장’의 영원한 김 형사, 김상순도 우리 곁을 떠났다. 김상순은 지난 8월 25일 폐암으로 78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며 52년간의 연기자 생활을 마감했다.

김상순은 지난 1963년 KBS 공채 탤런트 3기로 본격적인 연기자 생활에 접어들었고 1971년 시작해 1989년 끝난 드라마 ‘수사반장’에 최불암 조경환 등과 함께 형사로 출연해 시청자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또한, 농촌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1990)를 비롯해 ‘질투’(1992), ‘제4공화국’(1995), ‘명성황후’(2001), ‘남자의 향기’(2003), ‘영웅시대’(2004), ‘신돈’(2005), ‘연개소문’(2007)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하며 개성적이고 선 굵은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었다.

‘수사반장’에서 연기를 함께했던 최불암은 “김상순 씨는 동료 연기자들을 편하게 해줬다. 수더분하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연기와 생활이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에 뛰어났다. ‘수사반장’시절에는 ‘김상순은 현장에 지나가는 강아지들까지 다 알아보고, 챙겨주는 꼼꼼한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세심한 편이었다. 밥 한번 먹자고 했는데 결국 못하고 세상을 떠나 너무 안타깝다”라고 애도했다. 김상순이 주연을 맡은‘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고현정은

“제가 연기를 시작한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김상순 선생님이 제 아버지 역으로 출연했는데 자상하게 연기를 알려줘 매우 고마웠다”라고 회고했다.

‘영웅’‘명성황후’등 드라마 촬영장에서, 그리고 사석에서 몇 번 만났던 김상순은 “배기자, 연륜 있고 연기력이 뛰어난 장노년 연기자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줘요. 드라마와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기까지 장노년 연기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어요”라고 당부하곤 했다.

‘수사반장’에 출연했던 중견 연기자 또 한 사람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김화란 이다. 2년 전부터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 귀촌 생활을 하던 김화란은 지난 9월 18일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가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 향년 53세.

김화란은 1980년 MBC 공채 탤런트 12기로 데뷔한 뒤 ‘수사반장’에 여순경으로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전성기 때는 동시에 드라마 4개에 출연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2009년 영화‘이웃집 남자’에 출연했다. 2년 전부터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 내려와 귀촌 생활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지난 5월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행복한 귀촌 생활을 보여줬다. 남편 박상원 씨가 거액의 사기를 당하고 위암까지 걸리자 김화란은 35년간의 연기자 생활을 접고 귀촌 생활을 시작했다. 김화란은 “제가 남편에게 그랬어요. 인생 공부 참 비싸게 했다고 생각하자.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 건강하게만 살자. 그러고 여기 왔는데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거운 거예요. 신랑한테 우리 2년만 빨리 내려올 걸 그랬어요. 정말 왜 이런 생활을 몰랐을까 생각했죠”라고 말을 할 정도로 귀촌 생활에 만족했다. 그러던 김화란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숨을 거두자 그를 아끼던 팬들은 더욱 안타까워했다.

▲서구적인 외모로 1970년대 스크린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고 진도희.
▲서구적인 외모로 1970년대 스크린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고 진도희.

중견 배우 진도희 역시 올해 숨을 거둔 대중 스타 중 한 사람이다. 진도희는 지난 6월 26일 췌장암으로 66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젖소 부인 바람났네’등의 작품에 출연한 에로배우 진도희(본명 김은경)와 예명이 같아 오해를 많이 산 중견 배우 진도희(본명 김태야)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한 배우다. 1949년 부산에서 태어난 진도희는 동국대 재학시절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1971년 MBC 공채 4기로 박영지 등과 함께 TV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도희의 1년 후배 MBC 공채 5기 탤런트로는 고두심, 이계인, 박정수 등이 있다.

진도희는 TV를 떠나 1972년 영화 ‘자크를 채워라’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대중에게 영화배우로서 존재를 알린 뒤 이후 ‘대추격(1972)’, ‘늑대들(1972)’, ‘체포령(1972)’, ‘일요일에 온 손님들(1973)’, ‘원녀(1973)’, ‘서울의 연인(1973)’, ‘죽어서 말하는 연인(1974)’의 주연을 맡으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이 당시 진도희와 함께 활약했던 여자 배우로는 나오미, 우연정, 최정민, 윤세희, 윤미라, 박지영, 오유경 등이 있었다. 특히 진도희는 1970년대 미남 스타인 신성일 신영일 신일룡 등과 연기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서구적인 외모와 육체파 여배우로 남자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결혼과 함께 연기를 그만둔 진도희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1970~1980년대 TV 코미디 프로그램 부흥기를 이끌었던 중견 코미디언 고 남성남.
▲1970~1980년대 TV 코미디 프로그램 부흥기를 이끌었던 중견 코미디언 고 남성남.

10월 2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은관 문화훈장을 받는 원로 코미디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부인 이영숙 씨가 시상대에 올라 “감사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을 대신해 감사 인사를 전한다. 남편이 훈장 수상소식을 저승에서도 반가워할 것이다”며 눈물을 흘렸다. 바로 지난 8월 31일 84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원로 코미디언 남성남(본명 이백천)이다.

남성남은 악극무대에서 활동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MBC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남철과 콤비를 이뤄 콤비 코미디언 시대를 만개시켰다. 두 사람이 춤동작 하나하나를 똑같이 하며 추는 ‘왔다 갔다’춤은 어린이들에게까지 유행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부조화 속에서 기막힌 웃음을 엮어내는 이기동과 권귀옥 콤비, 속사포 만담 달인 장소팔-고춘자 콤비와 차별화해 남성남-남철 콤비는 싱크로률이 높은 행동과 퍼포먼스로 큰 웃음을 줬다.

아픈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코미디언 행사와 무대에 올라 수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수십 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과 드라마, 영화, 코미디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중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김광한, 김상순, 김화란, 진도희, 남성남이 2015년 이 세상을 떠났다. 하늘나라에서 지상에서 못다 한 연기와 활동을 원 없이 펼치기를 기원해본다. 다시 한 번 명복을 빈다. (이글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12월호에 게재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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