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 쌓인 현안은 산더미인데 돌파구는 보이지 않아 답답함을 더한다.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는 경제 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5법 등 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경제 활성화 법안 중에서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과 관광진흥법 개정안, 기업활력의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은 청년 일자리와도 직결돼 있다. 여야가 국제의료법을 처리키로 잠정 합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또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불안감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서비스산업법이 처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 법이 시행되면 2030년까지 69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들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통한 내수 진작, 기업의 자발적인 산업구조 재편 등은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시키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열쇠”라고 했다.
청년세대의 취업난은 2000년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청년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오르내리고 체감실업률은 20%를 웃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3포 세대를 넘어 7포(연애·결혼·출산·취업·인간관계·내집마련·희망) 세대, N포 세대까지 등장하는 형국이다. 실업은 소중한 인력을 낭비하고 국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실업 문제뿐 아니라 총체적인 경기 침체에 접어든 지금은 어떤 경로로든 경제의 활로를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10월 기준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나 줄어들었다. 올 상반기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2.7%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기업 매출은 1.2%나 적어졌는데, 이는 통계청 조사 이후 처음이다. 성장률은 2%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박재완 한선재단 이사장(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각계 지식인 1000명이 ‘미증유의 경제위기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하는 데 이르렀다. 이들이 현재의 한국 경제를 놓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未曾有), 위태로움이 극도에 달했다는 백척간두(百尺竿頭)라는 표현까지 쓴 것은 상황의 절박함을 잘 보여준다.
경제를 가로막은 중심에 국회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편가르기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는 법안 가결률 11%로 귀결됐다. 국회가 일은 안 하고 립서비스만 한다는 대통령의 질타는 당사자인 정치인들보다 국민을 더 아프게 한다.
‘정치’란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고 사전에도 나와 있다. 국회는 정쟁을 지양하고 본연의 업무로 복귀해야 한다. 정치권이 지금이라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제 역할을 한다면 충분한 저력을 가진 우리 경제는 얼마든지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양보와 타협, 상생과 통 큰 정치로 국민을 살리는 지혜로운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