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약속 가운데 하나인 호텔롯데의 상장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의 동의가 없어도 호텔롯데를 상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이에 맞서 신 회장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에 이어 형사소송까지 제기, 롯데가(家) 3부자의 분쟁은 형사처벌로도 이어질 수 있게됐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금명간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상장이 추진되는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의무적으로 보호예수(6개월)를 해야 하는 규정을 손본다. 기존에는 지분을 5% 미만으로 소유한 특수관계인 중 거래소가 인정하는 경우에만 보호예수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5% 미만’ 규정을 없애고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경우에도 대주주 간의 보호예수 사전 동의 없이 상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 시 5% 이상 지분을 가진 신동주 전 부회장의 동의 없이도 상장할 수 있게 됐다. 신 전 부회장은 50%+1주를 가진 광윤사를 통해 호텔롯데의 지분 5.45%를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동빈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이 호텔롯데 상장의 걸림돌 중 하나였던 상황이었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동의라는 호텔롯데의 상장 걸림돌이 없어진 만큼 이르면 다음주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 사업권을 잃으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됐지만 상장을 강행할 방침이다. 호텔롯데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고 롯데그룹은 이 회사의 공모가를 크게 낮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은 형사소송으로 확대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법무법인 두우는 1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고바야시 마사모토 한국 롯데캐피탈 대표 등 3명을 업무방해 및 재물은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동안 민사 소송 위주로 진행되던 롯데 가족간 소송전이 이번 검찰 고소로 형사소송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SDJ측은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한 소송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소송제기로 롯데그룹의 업무를 방해한 것에 대해서는 향후 민형사상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 등을 검찰에 고소한 날 양측은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서도 신경전을 펼쳤다. 이날 오후 신 총괄회장이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방문했고, 롯데그룹은 동행한 신 전 부회장의 출입을 통제하면서 마찰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