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동에 ‘희망의 빛’ 밝히는 한전…요르단 전력난 해소 ‘일등공신’

입력 2015-12-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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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암만 알카트라나 가스발전소에 가보니

▲요르단 암만의 한전 알카트라나 발전소 모습(한국전력)
▲요르단 암만의 한전 알카트라나 발전소 모습(한국전력)

끝도 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황무지 한 가운데 우뚝 선 요르단 수도 암만의 알카트라나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요르단에겐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한국전력은 이곳 요르단에서 지난 2012년 첫 IPP(민자발전) 사업을 수주하며 중동에 깃발을 꽂았다.

요르단은 중동 국가이지만 석유 한방울 나지 않아 유류 대체제로서 전력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산업시설 증설과 시리아 등 주변 지역 난민 유입 등으로 전력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 전망이다.

하지만 요르단 전체 전력설비는 우리나라의 4.7%에 불과하다. 한전이 전력수요 증가율 3%대의 국내에서 눈을 돌려 해외사업의 중추 기지로 중동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전에겐 중동이 모두 발전 무대인 셈이다.

2011년 12월 상업운전을 개시한 알카트라나 발전소(373MW)와 세번째 지난 4월 준공한 암만 디젤발전소(573MW)로 요르단 전체 전력의 21%를 공급하고 있다. 요르단 국민이 사용하는 전기 중 5분의 1을 한전이 만든다는 얘기다. 이미 설비 점유율 기준 요르단 내 3위 발전회사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암만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98km, 1시간 30여분 정도를 달리니 알카트라나 가스복합화력 발전소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을 둘러보니 최근 무장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테러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그 어느때보다 경비ㆍ보안이 삼엄했다.

발전소 외곽 3㎞의 외벽은 철조망 대신 튼튼한 콘크리트 방호벽으로 교체하고 있었다. 테러에 대비해 주변 상황을 감시하는 초소도 단층에서 2층으로 높이고 무장한 퇴역 군인들로 인력도 보강했다는 게 발전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발전소는 2개의 가스 터빈에서 전기를 만든 후 500도 이상으로 뜨거워진 증기를 1개의 스팀 터빈으로 흘려보내 발전하는 가스복합 방식을 택하고 있다. 평소엔 천연가스를 주 원료로 운전되지만 가스공급이 차단되는 비상시에는 보조연료인 경유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한켠에서 쉴 새 없이 돌고 있는 에어쿨러도 눈길을 끌었다. 바닷물 대신 팬으로 바람을 일으켜 열을 식히는 공냉방식이라 효율은 떨어지지만 물이 부족한 탓에 고안해 낸 고육지책이었다.

알카트라나 발전소는 한전(지분 80%)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넬(지분 20%)로 구성된 ‘KEPCO 컨소시엄’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재원을 조달해 건설됐다. 요르단전력공사(NEPCO)와 전력판매계약(PPA)을 맺고 앞으로 25년간 운영하며 투자수익을 회수하는 건설·운영 후 인도(BOO) 방식을 택해 오는 2035년까지 약 15억 달러(약 1조7300억원)의 총 매출이 예상된다.

신준호 알카트라나 발전소 법인장은 “요르단에서 한전은 미국을 제치고 외국 발전사업 법인으로 1위를 점하고 있다”면서 “BOO 방식으로 운영하고 NEPCO로부터 국제 원자력 가격에 상관없이 원료를 공급받고 있는 덕분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수익을 보장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법인장은 또 알카트라나 발전소가 들어선 후 요르단 내에서 정전이 되는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현지에서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이지영씨는 “요르단에서는 툭하면 전기가 나가 컴퓨터로 작업한 문서를 날리기 일쑤였지만 알카트라나 발전소가 전력을 공급하면서 정전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최근 시리아 난민이 몰려들고 있는데도 전기가 나가는 일은 거의 없는데 한전 덕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UAE 원전 건설 현장(한국전력)
▲UAE 원전 건설 현장(한국전력)

한전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해외발전사업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2009년 UAE로부터 총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APR 1400) 4기 건설공사를 수주하면서 본격적인 상업용 원전 수출시대를 열었다. APR 1400은 국내 토종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신형 원전이다.

지난 2010년 아부다비수전력공사(ADWEC)에서 수주받은 1600㎿급의 화력발전사업인 UAE 슈웨이핫 S3 가스복합화력 발전소는 한전이 해외에서 운영 중인 발전소 중 단일용량 중 가장 크다.

수익률은 13%에 달한다. 김익래 한전 SAPCO 총무부장은 “수익률이 10%를 넘는다는 것은 굉장히 높은 것"이라며 “상업운전 2년차에 당초 기대 수익률을 상회했으며 매출도 110% 이상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UAE의 수도 아부다비를 찾았지만 아쉽게도 슈웨이핫 S3 복합화력발전소를 직접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UAE 정부에서 모든 발전시설의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탓이다.

발전소 시설만 별도 관리하는 특수 군부대 조직(시스파)이 따로 있을 정도다. 하다 못해 발전소장이 들어갈때도 소지품검사를 받고 들어가며, 준공 이후 외국인은 물론 조환익 한전 사장도 아직 출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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