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블랙프라이데이-광군제-K세일데이… 중국은 추격자일까?

입력 2015-12-0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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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뉴미디어부장

전 세계를 들썩거리게 했던 미국의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가 끝났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의 블랙프라이데이 열기는 전만 못했다. 이보다는 지난 11월 11일에 실시된 중국 ‘광군제(光棍節)’가 훨씬 더 큰 주목을 받았다. 11월 11일은 우리나라에서 그간 ‘빼빼로데이’로 더 유명했으나, 이젠 전세가 역전된 형국이다.

광군제는 난징대 학생들이 독신을 상징하는 1자가 4개 겹치는 11월 11일을 솔로데이(광군제)로 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했다. 2009년부터 알리바바가 독신자를 위한 세일을 시작하면서 중국 최대의 쇼핑 이벤트가 됐고, 7년이 지난 올해는 전 세계 25개국이 동참한 글로벌 쇼핑 이벤트로 더욱 확장됐다. 매출 성과는 더욱 놀랍다. 행사 11시간 50분 만에 571억 위안(약 10조340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기록을 돌파했고, 하루 동안 총 912억 위안(약 16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60% 늘어난 금액이다.

반면, 이번 미국의 쇼핑 시즌은 온라인 판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뉴욕증시가 한때 하락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글로벌 쇼핑의 지형도가 온라인의 성장세를 타고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로 ‘K-세일데이’를 진행했지만, 이는 글로벌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기보다는 블랙프라이데이에 국내 소비자들을 뺏기지 않겠다는 방어적 전술에 본질을 두고 있다. 물론 성과도 그 궤를 넘어서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광군제는 자국 행사를 넘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주목을 받았을까. 첫 번째는 가격이다. 제조업이 집중 배치되어 있는 중국은 수많은 품목들을 염가에 판매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두 번째는 시스템이다. 해외 구매자도 손쉽게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결제 단계를 최소화했다. 또한 수십만명에 달하는 구매자들이 같은 시간에 집중되더라도 서버 다운없이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췄다. 세 번째는 마케팅이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한 구매자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개인화된 큐레이션관을 만들고 구매 액수에 따라 할인 쿠폰을 수차례 뿌린다. 안 그래도 싼데,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집요하게 추천한다.

물론 현재는 정품과 유사한 ‘산짜이(짝퉁)’ 제품이 판매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샤오미 등 유명 기업이라도 특허 침해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몸집을 불려 특허를 가진 회사를 인수·합병(M&A)할 수 있을 규모로 성장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폄하하며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사실 온라인쇼핑 산업의 진출과 성숙은 한국이 빨랐다. 값싼 택배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국내 유통 환경은 순식간에 온라인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모바일이 대세일 정도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 통신 인프라가 빠르게 구축되면서 남보다 빠르게 온라인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이 배경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인인증서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시스템이 법령으로 강제되면서 결국 해외 소비자들을 끌어오는데 실패했다.

결국 작년 3월 대통령까지 나서 해외 소비자가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천송이(전지현) 코트’를 구입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후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폐지되는 등 관련 규제 완화가 시작됐지만 이미 시기를 놓쳤고, 아직도 규제와 행정의 혼선은 이어지고 있다.

'만드는 것'을 넘어 '파는 것'도 중국이 앞서 나가고 있다. 과연 중국은 추격자일까? 아니다. 이미 각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을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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