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전자방은 수레에 앉은 채 태자에게 자기 대신 할 일을 부탁했다. 기분이 상한 태자가 “부귀한 사람이 남을 업신여깁니까,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 남을 업신여깁니까?”[富貴者驕人乎 貧賤者驕人乎]라고 물었다.
그러자 전자방은 그런 것도 모르느냐는 듯 이렇게 말했다. “가난한 자가 교만하지요. 부귀한 자가 어찌 교만할 수 있겠소? 임금 된 이가 교만하면 나라를 망칩니다. 나는 나라를 가진 자가 스스로 망하기를 바라는 걸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가 교만하면 그 집을 망칩니다. 나는 자기 집이 스스로 망하기를 바라는 자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가난하여 아무것도 없는 자는 뜻을 얻지 못하면 신을 신고 떠나 버리는 법. 어디에 간들 그 빈궁쯤이야 얻지 못하겠습니까? 가난한 자라야 남에게 교만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귀한 자가 어찌 남에게 교만하게 굴 수 있겠습니까?”[貧窮者驕人 富貴者安敢驕人 人主驕人而亡其国 吾未見以國待亡者也 大夫驕人而亡其家 吾未見以家待亡者也 贫窮者 若不得意 納履而去 安往不得貧窮乎 貧窮者驕人 富貴者安敢驕人]
부귀한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태자는 말문이 막혔다. 이 이야기를 들은 위문후는 “태자가 아니었더라면 내 어찌 어진 이의 말을 얻어들을 수 있었겠느냐?”며 전자방을 더 존경하게 됐다. 사기 위세가(魏世家)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빈천한 사람이 남을 업신여기는 것을 빈천교인(貧賤驕人)이라고 한다. 한시외전 십팔사략 등 많은 전적에 수록돼 있는데, 오늘 인용한 한문은 설원(說苑) 존현(尊賢)편의 글이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