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狂風)’이 불던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공급과잉 우려가 조금씩 현실화되면서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고, 고공행진을 하던 집값 상승률도 둔화되고 있다.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도 안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7일 국토부의 전국 미분양주택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 중 한 곳인 대구의 지난 10월 미분양 물량은 121가구를 기록했다. 108가구를 기록한 전월보다 12% 증가했다. 881.8%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9월과 비교하면 미분양 증가세가 다소 둔화된 것이지만 미분양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다.
3년 6개월 동안 이어져 온 가격 상승세도 멈췄다. 올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대구는 2012년 5월 이래 185주 연속 집값이 올랐지만 최근 보합세로 내려앉았다.
전국 아파트 값의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달 30일 기준 0.05%의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대출규제와 공급과잉 우려에 매수심리가 약화되면서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전셋값의 경우도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경기권은 이미 과천(-0.17%), 김포(-0.09%), 성남(-0.02%), 부천(-0.01%) 등으로 전셋값 하락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년 부동산 시장이 상고하저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분위기가 이미 냉각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은진 팀장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수심리가 약화되고 있다”며 “꾸준히 오르던 전세가격은 보합세로 전환하거나 신규 입주가 많은 곳 중심으로 전세금 조정 압력이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은 49만 가구로 올해 남은 기간 공급 물량까지 합하면 총 주택 공급량은 지난 1990년 이후 최대치인 70만여 가구를 넘어선다.
이같은 공급과잉은 입주 시점인 2∼3년 후 2만1000가구의 ‘악성 미분양’, 즉 준공후 미분양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지금보다 더 둔화되면 최대 3만가구 내외까지 늘어날 것으로 KDI는 추산하고 있다. 지금의 물량 공급 과잉이 결국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을 악화와 금융시장 충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공급과잉 우려에 분양 과열 양상도 보여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주택 인허가 급증이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적정 수준의 공급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주택물량 수급조절의 연착륙 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금융권 역시 12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상환능력 중심으로 여신을 심사하기로 하고 ‘가계부채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급격한 대출 절벽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