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리칼럼]주커버그의 기부가 남긴 생각

입력 2015-12-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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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권 코스리(한국SR전략연구소) 부소장

페이스북의 주커버그가 통 큰 기부를 할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견이 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부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자선재단에 대한 기부, 자선재단 설립과 다른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요즘은 적지 않은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시도되었던 방법들이 옳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토론이 없었다. ‘방법의 옮음’은 크게 두 가지 의미다. 하나는 방법의 윤리성, 다른 하나는 방법의 효율성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에게 1억원이 있다. 그리고 나에겐 우리 사회의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그렇다면 나의 문제의식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교육단체에 대한 기부를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했다. 공부하기 힘든 환경에 놓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건, 학교에 좋은 교육기자재를 전달하건,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건, 우리는 일단 기부를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1억원을 고스란히 교육단체에 기부했다.

주커버그는 다르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단순히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는 것만으로 세상이 충분히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주커버그는 ‘유한책임회사(LLC)’를 설립했다. 유한책임회사는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커버그는 여기에 더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로비를 포함한 정치적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참 다르다.

두 가지를 생각해본다. 첫 번째는 자선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자선’이라고 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선한 의지를 자선에만 한정해서 투영할 필요는 없다.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단순히 힘든 사람을 돌보는 것만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옳은 의제를 제기하는 적극적인 행위도 포함한다. 또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소외계층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다양한 활동을 포함해야 한다. 주커버그의 기부는 이 지점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만약 이런 기부에 정치적 색깔을 덧씌우고, 진정성이 없다고 폄하한다면, 그건 ‘노답(답이 없음)’이다.

두 번째는 기존의 자선단체에게 너무도 재량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사회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자선단체가 주커버그가 원하는 수준의 혁신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자선단체에게 허락해준 활동의 폭이 지나치게 좁다는 점이다. 다가오는 겨울에 어김없이 사랑의 온도계를 세우는 사랑의 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특별법으로 설립된 법정기부금 단체다. 해마다 사랑의 열매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기부했다는 기업들의 소식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일년 중 국가적으로 기부참여가 가장 큰 겨울 시즌에 대부분의 기부는 사랑의 열매에 집중된다. 사랑의 열매로 기부된 돈은, 일선에 있는 현장의 자선단체와 복지단체에 배분된다. 문제는 현장의 단체들이 사랑의 열매가 요구하는 과도한 행정 업무에 고통 수준의 중압감과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기부금의 관리와 집행은 투명해야 한다. 하지만 기부금의 관리가 기부금의 혁신적인 집행과 효율성을 저해한다면, 이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신뢰가 필요한 일이다.

고대권 코스리(한국SR전략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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