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기업 성과급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전자업계 사업부문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앞세운 반도체 부문은 올해도 최고 수준의 성과급이 기대되는 반면, 시장침체와 업황 악화가 겹친 세트 부문의 성과급 봉투는 한층 얇아질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성과급 지급 범위 조정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를 제외한 부품·세트 부문의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올해 역시 사업부문별 성과급 차이가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 각 계열사는 연초 수립한 이익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이익의 20% 이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 OPI를 운영 중이다. 내년 1월 말 지급되는 OPI는 PS(초과이익분배금)에서 이름이 변경됐다.
올해 초 연봉의 절반을 성과급으로 받았던 반도체 사업부는 이번에도 최고 수준의 성과급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 반도체는 2013년 18.7%였던 영업이익 비중이 지난해 35.1%, 올 3분기 49.3%까지 상승하며 삼성전자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특히 3분기 환율 효과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만큼, 연초 설정한 목표 이익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사업부의 2015년 예상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8조8000억원) 대비 50% 늘어난 13조2000억원이다.
반면 스마트폰과 TV 등을 담당하는 세트 부문 분위기는 밝지 않다. IM(IT·모바일)부문 내 무선사업부는 30% 안팎의 성과급이 예상된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13조2000억원)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시장상황을 고려한 연간 목표 이익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무선사업부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23조8000억원) 대비 반토막났지만, 연간 목표 이익을 달성한 덕분에 올해 초 예상을 깨고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최근 1~2년간 6조원대였던 IM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1조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연간으로는 전체 영업이익의 58.2%를 책임졌다.
올해 초 31%의 성과급을 받은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10~20% 수준의 성과급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성과급 최대 한도 40%보다 많은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983년 창사 이후 32년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했다. 올해 예상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5조1000억원) 대비 10%가량 확대된 5조6000억원이다.
LG전자는 가전과 스마트폰 사업 간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올해 초 기본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받은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적자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성과급 지급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