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8일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엄상필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정 전 회장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일이 열리기 전에 재판부에 직접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배임의 고의가 없고, (처사촌동서) 유모씨의 취업을 부탁하거나 슬라브 공급 과정에 개입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회장 측 변호인 역시 "전체적으로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라며 "2만페이지에 가까운 기록을 이제서야 복사한 상태라서 검토한 뒤 구체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정 전 회장이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뇌물을 준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공장 굴뚝 고도제한 문제는 포항 뿐만 아니라 전국 지역에 해당하는 내용"이라며 "이 전 의원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고, 행정기관이 고도 초과부분을 철거하면 비용은 포스코가 전약 부담하는 식으로 해결해야 했기에 부정한 청탁 역시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정 회장의 △성진지오텍 인수 관련 배임 △코스틸 청탁 관련 배임수재 △포스코 신제강공장 관련 뇌물 혐의 별도로 기소가 이뤄진 만큼 사안 별로 따로 심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쟁점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측 의견을 종합해 검토한 뒤 정 회장의 사건을 병합할지 별도로 심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기일은 변호인 의견서와 검찰의 입증계획을 제출 받은 뒤 내년 1월 25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린다.
정 전 회장은 포스코 신제강공장 고도제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이상득 전 의원에게 청탁하면서 이에 대한 보답으로 이 전 의원 측근이 소유한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의 배임 혐의 중 일부는 포스코가 인수한 부실기업 성진지오텍에 관련돼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의 인수·합병(M&A)을 무리하게 추진함에 따라 회사에 1592억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박재천(59) 코스틸 회장으로부터 슬라브 공급 관련 청탁을 받고 처사촌동서 유모씨가 4억 6000여만원을 받도록 공모하고, 박 회장으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고급 와인을 받은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