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주 회사들이 소주 출고가를 5.61% 올린 결과 주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총액이 병당 28.6원 증가, 예년 수준의 판매량만 유지하더라도 연간 928억 원의 세금을 더 걷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담뱃값을 한꺼번에 80%나 올려 내년에 6조원 가까운 담뱃세를 간접세로 더 걷게 된 정부가 이번에는 원가에 연동돼 출고가격 대비 무려 53%를 차지하는 소주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소주회사들의 원가인상을 부추겼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8일 “앞서 451.6원이던 소주 원가가 최근 476.9원으로 25.3원 상승, 원가의 72%인 주세와 주세의 30%인 교육세, 이들 세금에 원가를 더한 금액의 10%인 부가가치세 등을 모두 합쳐 연간 약 928억 원이 소주세로 증세될 전망”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납세자연맹은 “판매마진이 포함된 원가를 올려 이득을 보는 소주 회사들과 원가인상을 통해 주세 등 소주 관련 세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나 반가운 국세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며 “살림이 점점 팍팍해져만 가는 서민들이 또 소주회사와 정부를 부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납세자연맹은 “서민들이 흔히 즐기는 <참이슬>과 같은 희석식 소주로부터 정부가 한 해 동안 걷는 세금은 2013년 기준 약 1조6538억원으로, 모든 술로부터 거둔 전체 세수 약 4조6354억원의 35.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보다 최고 100배 높은 맥주세율을 적용해 같은 기간 거둔 맥주세수(약 2조2814억원)에 버금가는 세수규모다.
연맹에 따르면 소주 한 병의 출고가가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54원 오르면 국세청은 앉아서 1병당 세금 28.6원, 2013년 판매량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연간 약 928억원(1조6538억원의 5.61%)의 세수가 증가한다.
김 회장은 “주류업계는 원가인상 요인이 있었다고 하지만, 최근 순한 소주 추세는 주정이 덜 들어감에 따라 원가하락 요인이 되고, 최근 급락하고 있는 국제유가, 얼어붙은 소비심리 등을 감안할 때 원가인상 요인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수를 더 걷어야 하는 국세청이 소주 관련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원가인상을 부추기거나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회장은 “소주에 붙는 세금을 직접 올릴 필요 없이 소주 원가만 올리면 소주 관련 세수가 저절로 늘어나기 때문에, 애주가들의 반감이 적을 것으로 보고 소주 값 인상을 감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 정부는 담뱃세와 마찬가지로 주로 간접세 위주로 세금을 올려 정치적 부담을 피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납세자들이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