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체 샤프가 주력인 LCD 패널 사업을 분사할 전망이다. 이는 재팬디스플레이(JDI)와의 통합을 염두에 둔 구조조정이다. 일본 정부가 실질적으로 분사에 관여해 산업 경쟁력을 높여 라이벌인 한국 기업에 대항하려는 포석이라고 9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민관 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가 샤프 LCD사업의 분사를 지원한다. INCJ는 JDI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당초 INCJ는 샤프 회사 전체에 출자하고 나서 LCD를 포함한 전체 사업 재건에 관여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단순하게 샤프를 전부 지원하는 것은 구제금융의 성격이 강하고 성장 분야의 기술에 투자하는 INCJ의 본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LCD 부문을 분사시켜 여기에만 지원하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샤프 경영진도 계속되는 출혈에 LCD 사업을 아예 분리해 새 자금과 인력을 투입시키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샤프 LCD 사업은 내년 3월 마감하는 이번 회계연도에 300억 엔(약 2870억원)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INCJ는 샤프 주거래 은행인 미즈호은행, 미쓰비시도쿄UFJ은행과 분사 및 지원을 포함한 구체적인 재건 계획을 마련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LCD 사업을 분사해 새 회사를 건립하고 나서 INCJ가 직접 출자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출자 규모는 새 회사로 옮겨지는 부채 규모를 파악한 후 은행과 상의해 결정하게 된다.
INCJ와 감독관청인 경제산업성은 샤프 LCD 부문이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단독 생존은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샤프와 JDI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중소형 LCD패널 분야는 이미 한국과 대만, 중국 세력과의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 확보가 힘들워지고 있다. 이에 JDI와의 통합으로 인재와 기술의 결집을 도모하는 것이다. 차세대 기술인 유기EL 개발을 가속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탁 생산하는 대만 혼하이정밀도 샤프의 LCD 부문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샤프는 여러 방안을 두루 감안해 늦어도 연내 구조조정을 확정지을 계획라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