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칩 제조업체인 퀄컴의 독점 문제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퀄컴에 반독점 규제 위반 혐의에 대한 이의 진술서를 전달했다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EC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퀄컴이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해 고객사들에 통신칩을 구매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생산비 이하의 ‘약탈적 가격 정책’으로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배제하려는 혐의가 인정돼 2건의 이의 진술서를 퀄컴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EC는 해당 혐의가 EU 경쟁 규정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반독점 담당 집행위원은 “퀄컴의 행위가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시장 경쟁을 방해했는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유럽 소비자들은 경제의 중요한 분야에서 경쟁과 혁신의 이익을 계속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EC는 지난 7월 퀄컴을 대상으로 반독점 위반 혐의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날 잠정적인 결론을 이의진술서 형식으로 회사에 전달한 것이다. 이의 진술서 전달은 EU의 공식적인 경쟁 위반 조사의 첫 번째 조치로 해당 기업은 이에 대해 서면으로 답변해야 한다. 퀄컴은 독점 사용에 대한 리베이트 지급 건에 대해서는 3개월 내에, 원가 이하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4개월 내에 EU 당국에 답변서를 전달해야 한다.
2건의 혐의가 규정 위반으로 결론이 날 경우 퀄컴은 1건의 혐의당 최대 글로벌 연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또한, 현행의 사업 운영방식도 바꿔야 한다. 2015 회계연도 회사의 총 매출은 250억 달러였다.
퀄컴은 현재 각국에서 반독점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거나 벌금 폭탄을 맞았다. 미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퀄컴의 표준특허 라이선싱 관련 부당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중국 정부는 올해 2월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퀄컴에 60억8800만 위안(약 1조613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한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퀄컴이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지나치게 높은 특허수수료를 요구, 반드시 확보하지 않아도 되는 특허권까지 끼워파는 등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행위를 포착했다고 밝힌 보고서를 회사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