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이슈] 23년 만에 ‘새 은행’·생체인증 계좌 개설… ‘금융혁명’ 급물살

입력 2015-12-0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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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메신저로 고객 확보·중금리 대출… 비대면 실명제, 점포없는 은행… 계좌이동제, ‘페이인포’ 서비스 완료땐 이용 급증

올해 금융시장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 설립에 대한 예비인가가 나왔고, 주거래 통장을 손쉽게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됐다. 더불어 비대면 실명 인증제를 통해 은행 방문 없이도 통장 개설이 가능해지는 등 올해는 우리나라 금융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형 이슈들이 잇따랐다. 내년에도 은행권에 변화무쌍한 기류가 감지된다.

◇인터넷 전문은행, 조약돌이냐 거대 유성이냐 = 정부는 은행권에 만연한 보신주의를 깨기 위해 새로운 은행을 추가하는 초강수를 뒀다. 기존 영업 행태와 경쟁 체제로는 세계적인 금융 환경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때문이다.

금융권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파급력에 대해 쉽게 예단하지 못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기존은행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은행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양론이 팽팽하다.

비관론자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 은행 산업 전체에 끼칠 영향이 많지 않다는 의견이다. 일례로 예비인가 사업자인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가 전면에 내세운 중금리 대출을 활용한 수익모델은 기존 은행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분야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연체율 등 손실 부분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은행권의 판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했다. 카카오은행은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의 막대한 가입자 인프라를 활용해 주거래통장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시작으로 기존 은행의 경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비대면 실명인증제, 전 은행권에 확산 = 점포 없는 은행 탄생의 일등공신은 역시 비대면 실명인증제다. 정부가 이를 허용함에 따라 은행 창구에서 신분증과 얼굴을 대조하지 않아도 화상통화나 생체인증을 통해 계좌 개설이 가능해졌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비대면 실명확인 제도를 통해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은행 업무가 가능한 금융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신한은행의 무인정보 단말기(디지털 키오스크) 출시로 입출금계좌 신규 등 실명확인 업무, 인터넷뱅킹 신규·변경 및 각종 통장·카드 등 실물 발급 관련 본인확인 업무 등이 영업점 방문 없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획일적인 영업시간 문제를 해결해 고객의 편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은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별 주말·야간 운영 거점 점포를 지정해 17개 영업점에 24대의 디지털 키오스크를 운영한다. 내년부터는 고객들의 추가 요구 사항 등을 보완해 전국으로 확대하고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다.

금융권의 비대면 실명 인증 활용은 내년부터 전 은행권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지문, 홍채, 안면인식 등을 서비스할 예정이며, 기업은행은 홍채인식을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활용할 전망이다.

◇은행 무한경쟁의 촉매제 ‘계좌이동제’ = 계좌이동제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일부 지적에도 은행권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계좌이동제가 홍보 미흡과 제한적인 서비스로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내년 2월 서비스 완성도가 90% 이상으로 올라가면 은행권 판도 변화의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계좌이동 현황을 조회하고 해지와 변경을 할 수 있는 홈페이지 ‘페이인포(Payinfo)’에는 지난 10월 30일 서비스 개시 이후 총 48만5000명이 접속하는 등 일평균 1만3000명이 다녀갔다. 이 중 자동이체 변경은 13만5000건이었고, 해지는 14만5000건이었다. 일평균 5000건의 변경, 4000건의 해지가 이뤄진 셈이다.

첫 날 21만건에 달하는 대량 접속자 수를 나타낸 후 이용자 수는 다소 줄어들었으나, 하루 평균 1만3000명이 접속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선 아직 서비스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은행 간 본격적인 경쟁 시점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이윤수 은행 과장은 “아직 소비자들이 자동이체 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는 단계”라며 “내년 2월 은행 지점과 각 은행 인터넷뱅킹 홈페이지에서도 서비스가 되면 본격적인 은행 간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용자들은 주로 자동이체 통합조회·관리 목적으로 페이인포를 이용하고 있으며, 내년 2월부터 변경 채널이 은행 오프라인 지점과 각 은행 인터넷뱅킹 홈페이지로 확대되면 계좌이동 현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계좌이동제로 인한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각 은행은 고객 혜택을 지금보다 파격적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이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날로 악화하는 기존 환경과 새로운 변화를 동시에 맞이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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