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락하며 중동계 자금 이탈이 국내 증시의 새로운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은 상반기까지 순매수 기조를 이어오다 하반기 들어 순매도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지난 8월 이후 현재까지 7조8000억원을 순매도 하며 매도폭을 확대했다.
이 가운데 중동계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지난 10월 말 기준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보면 올 한해 국내 증시에서 유출된 중동계 자금은 3조6000억원으로, 지난 8월 이후로만 3조원이 넘게 빠져나갔다.
중동계 자금 이탈 대부분은 사우디에서 발생했다. 사우디는 지난 8월과 9월 국내 증시에서 각각 1650억원, 9460억원을 순매도 한데 10월에는 1조8960을 순매도 했다. 11월에도 이같은 기조는 지속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국내 증시 매도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정 악화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우디는 전세계 3위 규모(6421억 달러)의 외화보유고를 기록하고 있는데 , 이 가운데 해외증권의 비중이 66.3%를 차지한다”며 “최근 유가급락으로 재정이 악화되자 해외증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외환보유고를 소진해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도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 악화가 신흥국 자산 매도를 유발했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신흥국이 금리인상에 취약하다는 판단을 했을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계 자금 매도세가 국내 증시의 지속적인 수급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는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급락 이전인 작년 6월 기준 사우디의 국내 증시 누적 순매수 금액은 6조4000억원으로 지난 10월 말 기준 3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이 기간 동안 3조1000억원이 감소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우디는 국내 증시에서 지난 10월 1조8960억원을 순매도 하는 등 작년 6월 이후 3조1000억원을 순매도 했다”며 “10월과 같은 매도 추세가 지난달에도 지속됐다고 가정하면 사우디의 단기 순매도 가능 금액은 약 1조4000억원으로, 국내 증시의 지속적인 수급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현지시간 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4센트 떨어진 배럴당 37.51달러에 마감하며,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2016년 1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전거래일 대비 47센트(1.2%) 내린 배럴당 40.26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