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의 저주] 직격탄 맞는 건설업계, 해외사업 초비상

입력 2015-12-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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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추락하면서 건설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몇 년 간 각종 악재로 해외사업에서 난항을 겪어오던 건설업계는 이번 유가 폭락으로 인한 발주 위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427억달러로 전년(596억달러) 같은 기간보다 28% 급감했다. 이 가운데 중동지역 해외사업은 147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절반이 넘는 52%나 빠졌다. 그동안 수주 텃밭이나 마찬가지였던 중동지역 수주액이 반토막 난 것이다.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동지역 국가들의 발주 규모는 꾸준히 축소되어 왔다. 이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건설업계는 저가 플랜트 수주경쟁에 지난해 말부터 저유가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몰렸다.

문제는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초 열린 연례 각료회담에서 원유 생산량을 현 수준으로 동결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 6월로 예정된 회의를 앞두고도 여전히 공조 가능성을 보이지 않는데다 이란이 내년 원유 수출을 정상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공급과잉 문제는 해결되질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가 재정의 90%가 오일머니인 중동 산유국들이 저유가의 장기화로 재정악화에 직면할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타격은 심각해진다. 발주처의 돈이 말라가면 국내 건설사들은 미청구공사대금의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미 미청구공사대금으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와 손실 등으로 이번 4분기 실적도 암울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 전망은 올해보다 더 어두워진 상황이다.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중동 오일국가들이 재정이 악화되면서 발주를 연기하거나 홀딩하는 사례가 늘고 이에 따라 건설사들 간에 수주 경쟁이 치열해진다"며 "설령 공사를 수주한다고 해도 수익성을 보장받기 힘든 만큼 섣불리 입찰에 들어가는 것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원유 수출을 정상화하는 이란 시장을 대체시장으로 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손재홍 연구위원은 "내년 초 경제 제재가 해제되는 이란이 석유나 가스 증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 생산을 40만배럴에서 최대 100만배럴까지 늘리겠고 한 만큼 해당 국가의 인프라 시설과 플랜트 시장에 국내 건설기업들이 다시 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 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사업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대체할 만한 역할을 해주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전했다.

업계는 중동이 아닌 다른 지역의 해외사업으로 눈을 돌리거나 최저가를 기준으로 하던 입찰 방식이 아닌 우량 발주처를 발굴하는 수의계약, 사업 다각화 등 다양한 사업 방식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2월 현재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중동지역 수주는 급감한 것과 달리 아시아와 태평양·북미 지역에선 전년 대비 각각 21%와 17% 증가를 보였다.

손 연구위원은 "해외 건설시장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해외사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얼마나 계획에 맞게 리스크를 경감하냐가 문제다. 어떤 기업이 얼마만큼의 사업역량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가지는 지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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