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의 저주][종합] 저유가 시대 도래, 산업별 희비… 항공·해운·車 ‘맑음’ 조선·건설 ‘소나기’

입력 2015-12-09 18:06 수정 2015-12-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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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20달러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에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항공과 해운,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유류비 절감과 소비 확대 기대감에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반면 시추업체들의 발주 물량 취소라는 직격탄을 맞은 조선과 건설 등은 수주 급감이 우려되고 있다.

◇조선·건설, 수주 타격 울상=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곳은 조선과 건설이다. 산유국 발주처들이 저유가 때문에 발주 물량을 축소하거나 연기하고 있어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9일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427억 달러로 지난해(596억 달러) 같은 기간보다 28% 급감했다. 이 중 중동지역 해외사업은 147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절반이 넘는 52%나 빠졌다. 그동안 수주 텃밭이나 마찬가지였던 중동사업 수주액이 반 토막 나면서 2006년 이후 중동지역 수주 금액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동지역 국가들의 발주규모 축소로 골머리를 앓아오다 저가 플랜트 수주경쟁에 몰입해온 건설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저유가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해외사업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가 재정의 90%가 오일머니인 중동 산유국들이 저유가의 장기화로 재정악화에 직면하면 국내 건설사들의 타격은 심각해진다. 발주처의 돈이 말라가면 국내 건설사들이 미청구공사대금의 리스크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미청구공사대금으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와 손실 등으로 이번 4분기 실적도 암울한 것으로 예상된 건설업계는 내년 해외사업에도 골머리를 앓게 됐다.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중동 오일국가들이 재정이 악화되면서 발주를 연기하거나 홀딩하는 사례가 늘고 이에 따라 건설사 간에 수주 경쟁이 치열해진다”며 “설령 공사를 수주한다고 해도 수익성을 보장받기 어려운 만큼 섣불리 입찰에 들어가는 것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조선업계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당장 해외 업체들은 해양플랜트 발주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시추업체 퍼시픽드릴링(PDC)이 드릴십 건조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한데 따른 대손충당금 설정으로 3분기 100억원의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가 반잠수식 시추선 1기 발주를 취소하면서 3분기 영업 손실이 6784억원에서 8976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 및 LNG선 발주가 하반기 들어 둔화되는 양상이다. 머스크를 포함한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컨테이너선 과잉공급으로 운임 하락이 심화되자 추가 컨테이너선 발주를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LNG선 역시 지난해 발주물량으로 인해 선박 과잉 공급 부담이 심화된 상황이다.

올해 들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우드사이드(Woodside)사의 브라우즈(Browse)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47억 달러 규모)와 스타토일(Statoil)사의 스베드럽(Sverdrup)(11억 달러) 2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박 수요 감소에 따라 신조선가도 연초대비 5.1% 하락하면서 수주 수익성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2016년에도 상선 발주량 감소 부진,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 감소하면서 한국, 중국, 일본 조선사 간의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항공·해운·車·신재생에너지, “저유가 반가워”= 항공과 해운, 자동차 업계는 저유가를 반기고 있다. 유류비 절감과 소비 확대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항공업계는 전체 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약 30%)이 워낙 높아 유가 하락이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가 내려가면 최대 3200만 달러(약 378억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연간 약 3200만 배럴의 유류를 소모하는 대한항공은 유가 하락 덕분에 지난해 3분기 전체 영업 비용 대비 36%에 달했던 유류비 비중이 올해 3분기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저유가로 인한 연료유류비 효과로 영업비용이 전년 대비 8%가량 감소한 셈이다. 아시아나는 올 3분기 누계 기준 연료유류비가 1조94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5301억원) 대비 28.4%에 달하는 4353억원을 절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 하락은 고객에게 더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항공사 경영환경에도 우호적인 조건으로 작용한다”며 “실제 유가 하락 및 운영효율성 제고 등의 영향으로 3분기에 전년보다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역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유가 하락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운용비를 줄일 수 있다. 전체 운영 비용 중 20%에 달하는 유류비가 최근 들어 유가 하락 영향으로 15%대까지 떨어졌다. 한진해운은 3분기 연료비가 전년 대비 3분의 2로 줄었으며 현대상선 역시 지난해 1분기에서 3분기까지 7725억원의 유류비가 지출된 반면 올해 같은 기간에는 4832억원으로 3000억원가량 절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저유가가 지속되면 연료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을 대비해 연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어 관련 물동량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는 유가 하락이 투자와 소비를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자동차 수요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유가 하락이 꼽히면서 이 같은 기대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기록적인 저유가가 지속되면 자원 수출 신흥국의 경기침체로 자동차 수출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계는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도 성장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수요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이유다.

세계 태양광시장의 수요는 지난해 45GW(기가와트) 규모를 나타냈으며 올해 58GW, 오는 2016년 66GW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은 올 1분기까지 태양광 누적 설치량 35.8GW를 기록했으며, 이 중 신규설치량은 7.7GW이다. 일본은 올 1분기 태양광 설치량 2.7GW로 전년동기대비 17% 증가했다. 영국은 지원제도 변경 전 수요 집중으로 올해 3GW 이상 설치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즉, 지난해부터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유가 상황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나, 부정적인 요인보다는 긍정적인 요인이 우세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또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각국 정부의 에너지 수급 정책에 따라 운영되는 만큼 저유가 상황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석탄 과다사용 억제와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한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셰일가스와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의 인프라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계획하고 있어, 수요가 양호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 또한 이미 승인된 신재생에너지 용량이 70GW에 달해 2016년까지 순차적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정유·석화, 반사익 기대… 추가 급락 촉각=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는 사태의 장기화 또는 추가 급락 여부 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저유가의 반사이익이 일부 기대되나 상황에 따라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정유·석유화학업계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겠으나 정제마진 및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 강세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유가가 비쌀 때보다 수요가 늘어날 수 있고 생산 원가가 줄어든다는 이점도 있다.

올해 9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작년 12월 평균 대비 배럴당 14.5달러 하락했다. 그럼에도 정제마진이 호조를 띠고, 원유시장 경쟁심화로 원유판매가격(OSP)이 떨어져 정유 4사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조2000억원(합산기준)으로 연간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유가 상승과 일본 대지진 등으로 수급여건이 호전된 2011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 실적이다.

원유를 들여와서 정제해 파는 정유사들로서는 유가보다 정제마진이 중요하다. 정유사들의 이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 마지노선은 3~4달러 수준이다. 올해 들어 유가가 40달러까지 빠지는 상황에서도 정제마진은 배럴당 7~8달러대를 유지했다. 다만 작년 말과 같이 유가가 급격하게 내려가는 상황에서는 재고평가 손실이 급격히 커질 수 있어 유가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와 같이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관측하지만 내년에 원유공급 증가와 관련한 다양한 변수가 있어 불안감은 다소 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역시 연말 비수기에 따른 수요 약세와 유가 하락세 지속으로 거래가 지연되고 있으나 상황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저유가로 NCC 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이 회복된 점도 호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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