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국내 첫 전업 공익변호사단체 ‘공감’… “변화는 소시민들의 노력으로 생기는 것”

입력 2015-12-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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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형국 변호사 “최근 변호사 생존경쟁 속 공공·윤리성 간과되기도”

조영래 타계 25주기를 맞아 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을 찾았다.

2003년부터 활동해 온 공감은 변호사 8명이 활동하는 소규모 그룹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전업 공익 변호사 단체다. 변호사 2만명 시대에 생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서도 법률 구조와 제도 개선을 통해 사회의 그늘을 밝히고 있다.

이날 서울 종로구 공감 사무실에서 만난 염형국(41·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고인에 대해 ‘변호사 공익 활동의 시초가 된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변화는 단시일 내에 영웅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소시민들의 노력으로 생긴다”고 강조했다.

△조영래 변호사 작고 25주기를 맞아 공익활동 전담 변호사로서 느끼는 소회는.

“70년,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변호사 공익활동은 민주화 운동 인사의 형사 변론을 하는 게 주였다. 영화 ‘변호인’처럼. 반면 조 변호사님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공익적 사안에 대한 활동을 시작하셨다. 그때는 공익 활동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89년에 미미한 숫자로 시작했다. 지금은 공익 전업 변호사 수도 늘었고, 대형 로펌들도 사단법인을 만들어 공익활동에 나서고 있다. 민변도 회원 수가 1000명이 넘었다. 법조인들의 공익활동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조 변호사님도 기뻐하실 것 같다.”

△‘조영래’라는 거목(巨木)의 의미를 일반인에게 설명한다면.

“크게 두 가지로 소개할 수 있다. 전태일 열사가 72년 분신하면서 주장한 노동권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소한의 요건이라도 준수하라는 것이었는데,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정권에서 노동운동을 극심하게 탄압했고, 법에서 정한 근로기준도 지켜지지 않았던 시기다. 조 변호사님이 은둔하면서 전태일 평전을 집필하면서 우리 사회의 노동권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했다. ‘망원동 수재 사건’을 통해서는 공익사건 시초를 열었다. 그동안 소외됐던 빈곤계층의 이익을 대변해 공익 소송으로 분출함으로써 법적인 구제 절차를 열어주셨던 점은 큰 업적이다.”

△변호사 2만명 시대에 법조계 사정도 어렵다. 공익활동을 ‘배부른 소리’로 여기는 변호사들도 있는데.

“사실 변호사가 잘먹고 잘 살던 시절에는 변호사의 공공성이나 윤리성은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잘 지켜져 왔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소한의 공공성이나 윤리성이 간과되는 면이 있다. 변호사단체들이 직역을 지키는데 집중하는 것도 회원들이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고, 이해는 간다. 그래도 변호사는 법률사무 독점 권한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법조 활동 영역도 넓어질 것이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차원을 넘어설 수 있다.”

△직업윤리는 변호사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나. 법조인에게 공익활동 의무를 부여하는 근거나 당위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이 하는 업무 자체가 공익성이 있다든가 공공성이 확보된다고 하면 사람들에게 외면받기 딱 좋다(웃음). 변호사에게 프로보노(공익활동) 임무를 부여한 것은 ‘법’이라는 것이 인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변호사들에게 사회정의를 실현하라는 사명이 부여될 수밖에 없다. 물론 변리사나 법무사도 있지만, 법정에서 소송을 대리하는 업무를 독점하는 직업은 변호사다.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점권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조영래 변호사 활동시절과 비교하면 우리 사회 인권 감수성은 얼마나 발전했다고 보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계속 발전했다. 80년대 중·후반만 하더라도 경찰이 나서서 고문을 하고 사건을 조작했다. 이게 완전히 없어졌다는 것은 아니지만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인권침해 사례는 상당 부분 없어졌다. 대신 예전에 조명받지 못했던 부분이 이슈화되고 있다. 80년대만 해도 이주민이나 장애인, 성소수자 인권은 거론할 분위기가 못 됐다. 반정부 투쟁이 사회 전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다른 이슈는 제기 자체를 못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제도 개선과 소송을 통해 법적인 문제 제기가 되고 있고, 조금씩 전진을 하고 있다. 인식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공익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재정 충당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젊은 변호사들도 공익활동에 관심이 많은데, 최소한의 재정마련이 안돼 주저하는 후배 법조인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일년에 두명정도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국가와 로스쿨, 변호사 단체에서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주민이나 난민, 성소수자처럼 사회적으로 나와 다르다 여겨지는 사회그룹에 대해 과거에 비해서 더 격화된 모습으로 배타적으로 대하고 배제시키려는 분위기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먹고살기 어려워져서인 것 같은데. 이런 사회인식을 극복하는 것도 힘든 부분이다.”

△공감의 재정은 주로 어떻게 충당되나

“'개미 기부자'들이 내는 소액 정기금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로펌이나 기업기부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쪽은 고아원이나 요양시설 같은 곳에 직접 지원하는 편을 선호하다보니 2차 지원을 하는 공감에는 관심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 후원절차는 어렵지 않다. 전화 한통화만 해주시면 된다. 좋은 뜻을 가진 기업 있으면 소개 바란다(웃음).”

△우리 사회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꼰대같이 들릴 수도 있는데,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정치·경제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너무 큰 것 같다. 서로 불신하고 배타하는 분위기 확산하는게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도 우리사회가 저력이 있다.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회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근시안적으로 '내가 힘들다'는 생각보다 내 주변부터 변화를 모색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조금씩 도전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는 단시일내에 영웅에 의해 이뤄지는게 아니라 소시민들의 노력으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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