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정신질환 치료는 ‘이웃사랑’으로

입력 2015-1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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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OECD 회원국 중 지난 20년간 정신질환으로 인한 입원이 큰 폭으로 증가한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안타까운 기사를 보았다.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2011년)를 보더라도 18세 이상 성인 중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정신장애를 경험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16%인 577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신질환을 수치스럽게 생각해 굿이나 점, 안수 기도 등에 의존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고 병을 키운다. 편견과 오해로 정신질환자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는 우리 문화가 치료를 꺼리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정신질환은 특별한 사람들만 걸리는 유전병이고 불치병이며 그들의 범죄율이 높고 심지어는 전염된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지닌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유전적인 요인이 큰 정신질환도 있지만 초기에 잘만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는 병도 많다. 정신질환자의 폭력 개연성은 대단히 낮으며 범죄율 또한 일반인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 결과이다.

그런데 정신질환 자체의 고통보다 소외와 냉대, 멸시와 경멸,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2차적인 고통이 더 크다. 가족들 역시 수치심과 우울, 외로움, 분노와 절망, 탈진, 죄책감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정확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고 직접적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갖게 되는 그런 편견을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다. 주위에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 증상은 증상일 뿐,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과 증상을 분리해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이한 행동이나 말에만 주목하지 말고 평소의 건강한 행동을 자주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논쟁이나 설득, 요청하지도 않은 조언이나 지나친 질문은 삼가고 그 사람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에는 길게 내다보고 잠시 그 상황을 피하는 것이 방법 중의 하나이다. 서로 감정이 악화되어 관계가 깨지는 경우를 방지하고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에너지를 남겨 두기 위해서다.

또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고통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따뜻하게 배려해 주어야 한다. 가족 중에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돈과 시간 등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느라 일상적인 생활 자체가 마비되고 가족 또한 그 스트레스로 준환자가 되어버린다. 가능하다면 그런 가족들이 잠시 한숨 돌리고 자기만의 시간이나 휴가를 내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길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 주자.

또한 시설에 가족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그런 결정도 존중해 주고 식당에서 외식을 하거나 공공장소로 함께 나와 어울릴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자. 우리가 심장병이나 고혈압, 당뇨병 환자를 비난하거나 멸시하지 않듯이 동정심이나 측은한 눈초리보다 정신질환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이끌어 주자.

그들은 위험하고 불쾌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자녀나 부모요, 형제나 친척이다. 관심을 가지고 늘 사랑으로 보살펴 주는 가족이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에게 큰 힘이 되듯이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들의 가족에게도 따뜻한 이웃과 든든한 지원 체계가 있다는 믿음을 심어 주자. 그것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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