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소재부품산업, 희망의 노래를 부르다

입력 2015-1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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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올 한 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수출이 휘청거리면서 구조적 경쟁력 약화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인 조선산업은 수조 원 규모의 누적 적자로 고강도 경영 혁신이 불가피해졌고, 자동차도 환율 조건 악화로 인해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 뿐만 아니다.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 미국발 금리인상 예고, 일본의 지속적 엔저 전략 등도 우리 수출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우리나라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부문이 있으니, 바로 소재부품이다. 소재부품은 말 그대로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재료다. 자동차나 스마트폰 같은 소비재, 기계나 중장비 등의 자본재를 위해 들어가는 중간재를 말한다. 일반소비자 눈에는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그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소재부품 산업이 우리나라 수출의 실질적 주역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 소재부품 산업은 2014년 수출 2759억 달러(약 321조8097억6000만 원·전체 수출의 48%), 수입 1682억 달러(전체 수입의 32%), 무역수지 1078억 달러(전체 무역수지의 229%)를 달성했다. 소재부품 분야의 무역수지가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 패러다임이 과거 조립 중심에서 중간재 생산 위주로 전환하는 체질 개선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역 흑자가 빠르게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올해도 전체 수출액은 감소가 예상되지만, 소재부품 산업은 2년 연속 무역 흑자 1000억 달러 초과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국내 소재부품 산업의 주요 성과를 공유하고 그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소재부품 산업주간’이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지난달에 개최된 올해 행사에서는 국내 소재부품 산업 발전을 위해 기술개발 및 수출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유공자에게 산업훈장을 시상했으며, 기술적 발전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일반인 대상의 전시회도 마련했다.

전시회에서는 합성섬유, 자동차 엔진, 반도체 웨이퍼, 곡면형 디스플레이 등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재부품을 소개했다. ‘생활 속 소재부품’을 주제로 한 별도 전시공간에서는 캡슐형 커피추출기, 냉장고 열 차단용 필름, 반대편을 볼 수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 등을 전시해 일반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초등학생을 위한 소재부품 과학교실, 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을 위한 ‘한일 장인과의 대화’ 시간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의 반응도 좋았다.

또한 중소 소재부품 기업을 위해 기술 상담 및 새로운 수요처 발굴을 주선해주는 뜻 깊은 자리도 마련됐다. 행사 기간 220여 건의 기술 상담이 진행됐으며, 해외 산학연이 참가하는 ‘글로벌 파트너십’ 행사에서는 680여 건에 이르는 수출·기술협력 상담이 진행됐다. 특히 올해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관계자가 참석해 자사 구매 정책을 설명하는 ‘수요기업 정책설명회’가 처음으로 열려 20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경제가 살아난다는 긍정적 심리가 자리 잡고 있어야 실제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다. 비록 경제 성적표에 적힌 수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에만 연연하지 말고 긍정적 태도로 임해야 한다. 그동안 안 보이는 곳에서 꾸준히 우리 경제 성장을 주도해 온 소재부품 산업처럼 말이다. 필자는 이번 ‘2015 소재부품 산업주간’ 행사를 통해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국내 소재부품 산업의 발전상을 보면서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 함께 부르는 새로운 희망의 노래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과 성장의 불씨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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